[사설] 입학사정관, 최저가 낙찰제의 공통 원리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수험생들의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년 입시에서는 전체 수험생의 16.1%가 이 제도로 선발된다. 하지만 대학과 사회가 비리와 부정 없이 이 제도를 운영할 만한 역량과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갈수록 의문이다. 입학사정관은 주관적 평가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적 시각과 교육적 감식력을 전제로 하지만 정작 입학사정관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

사정관들의 평가기준도 애매하다. 장래 가능성을 중시한다면서도 생활기록부 등 과거의 자료를 통해 판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대학들이 공통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창의력 평가는 학계에서도 아직 뚜렷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 공간만큼은 부정과 비리의 가능성도 커진다. 미술대학이 실기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수준이다. 건설 입찰에서의 소위 적격심사제도 그렇다. 이 제도는 시공능력과 기술력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결국 입찰 비리가 횡행할 수밖에 없었다. 운에 따라 결정되는 운찰제(運札制)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만점자들이 많이 나오는 웃지 못할 부작용도 낳았다. 재정부는 엊그제 정부 발주 공사 등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이를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어떤 제도든지 그 제도가 적용되는 환경적 프레임을 감안하지 않고는 정착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는 가격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없다. 대학입학 시험에서라면 수학능력 평가가 역시 선발의 기준이어야 마땅하다.

한국 사회가 의사 결정과정에서 핵심이라고 할 만한 정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과 수준을 확보하기에는 까마득한 것이 현실이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비리와 부정,뇌물의 온상이다. 기업들의 원가 관리도 같은 논리구조를 갖고 있다. 원가 후려치기라는 이유로 소위 엄격한 원가관리를 포기하라는 것이 지금 정부의 요구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기업 비리는 더욱 만연하게 될 것이다. 이게 우리 수준이다. 제도는 수준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