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멋대로 해석하는 정치권] 마녀사냥식 '대기업 때리기'…정치권 도넘은 포퓰리즘 경쟁

민주, 재벌개혁 특위 만들고 中企 고유업종 부활
홍준표 "우리銀·대우해양조선, 대기업 매각 안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발걸음이 빠르다. 민주당은 재벌 개혁을 위한 당내 특위를 만들기로 한 데 이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다양한 장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특정 업종에서 대기업의 사업활동을 일정 기간 막는 내용의 '신 중소기업 보호업종' 관련 법안을 내놓기로 했다. 2001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부활시키겠다는 방안이다. 또 대기업의 소모품구매대행(MRO)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는 내용의 특별법도 발의하기로 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당 ·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10대 중소기업 대책을 당론으로 확정,14일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고유업종 부활과 관련,민주당은 우선 '신 중소기업 보호업종'을 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일정 기간 막고 중소기업엔 자구노력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해당 업종을 대 · 중소기업 간 협의를 통해 정하고 시행을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를 대신해 과거에 법으로 강제화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재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또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점,주유소,안경점,자동차 정비소 등 소상공인들이 많은 서비스 부문에서도 대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골목상권 보호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10대 대책에는 대 · 중소기업 사업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기로 했다. 대기업이 사업조정 이행명령에 불복하면 매출의 일정비율만큼 과징금을 내게 하는 내용이다. 또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별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협상을 할 때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으므로,현재 협의 신청권만 가진 중기협동조합에 협의권까지 주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신용보증과 정책자금을 100조원,5조원으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도 대책에 넣기로 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청을 부처로 승격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중기청이 대기업을 대변하는 지식경제부의 산하기관으로 돼 있다보니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도 이에 뒤질세라 대기업,중소기업 대책을 다듬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최근 당정회의에서 대기업의 계열 MRO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MRO 가이드라인'등을 만들고 대기업 내 변칙거래에 상속세 · 증여세를 부과하는 등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에 따라 서민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 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 "우리은행과 대우해양조선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인데,대기업에 이를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포스코처럼 국민공모주 형태로 해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봉/허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