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던전앤파이터' 3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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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벤처 갑부' 허민, 본업 복귀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32세의 나이에 2000억원을 움켜쥔 벤처 갑부. 잘 나가던 온라인회사를 판 뒤 미국 버클리음대로 훌쩍 떠났던 청년 사업가가 다시 돌아왔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네오플 창업해 대박
소셜커머스 사업 직접 챙기기위해 美서 귀국
허민 전 네오플 사장(35 · 사진)은 이처럼 화려한 성공과 예상을 비껴가는 행보로 항상 주목을 받아 왔다. 2008년 게임개발사인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가 14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위메이크프라이스를 직접 경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 위해서다. ◆10여개 투자사업 직접 챙길 듯
허 전 사장은 3년 전 네오플을 3800억원에 넥슨에 팔고 2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면서 단숨에 청년 재벌 반열에 올랐다. 2009년 3월에는 강남의 미래에셋빌딩을 885억원에 인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나무인터넷을 설립, 위메이크프라이스를 서비스해왔지만 직접 경영에 나서지는 않았다. 네오플 사장 시절에도 외부에 나서기보다는 개발에 전념했다.
그가 유학 중에 서둘러 귀국한 이유를 놓고 업계는 갖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티켓몬스터와 함께 소셜커머스 양강 체제를 구축해왔던 위메이크프라이스가 올 들어 경쟁사들에 밀리며 업계 4위로 추락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벌여 놓은 각종 투자사업들을 직접 챙겨야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업 일선을 떠나 있으면서도 천일염 사업 등 국내 10여개 벤처 기업에 투자했다. ◆버클리음대 다니며 너클볼까지 배워
그의 현재 재산은 부동산,주식 등을 합쳐 30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95학번인 그는 1999년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2000년에는 '캔디바'라는 소개팅 관련 게임을 만들어 제법 돈을 벌기도 했다. 사업에 자신이 생기자 2001년에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네오플을 창업했다. 하지만 시장에 내놓은 18개 게임이 모조리 실패하면서 쓴맛을 봤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어느 새 30억원의 빚더미를 안고 있는 채무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2005년 8월 네오플이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로 인해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 던전앤파이터는 서비스 한 달 만에 중국 온라인게임 순위 1위에 올랐고 동시접속자 수 22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성공가도가 활짝 열렸다고 생각할 즈음,허 전 사장은 또다시 주변 사람들의 허를 찌렀다. 갑자기 회사를 판 뒤 미국으로 건너간 것.
버클리음대의 첫 오디션에서 탈락했지만 뉴욕에서 어학연수를 받으면서 버텼다. 그러면서 대학 측에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장문의 이메일을 계속 보내 기어이 입학 허가를 받아냈다. 너클볼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메이저리그 너클볼의 전설로 유명한 필 니크로(1997년 명예의 전당 헌액)에게 수백 통의 이메일을 보내 결국 그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좀처럼 포기하는 법이 없는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그는 "인터넷 분야에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겠다" 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의 이번 복귀가 단순히 소셜커머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생 2막 여는 1세대 벤처인
독립후 새 성공신화…남아서 영통확장…실패딛고 부활 날개
허민 전 네오플 사장 외에도 최근 현업으로 복귀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1세대 벤처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1990년대 창업해 큰 돈을 벌었지만 회사를 나와 다른 사업을 시작한 인물들도 있고 실패를 경험한 뒤 잠적했다가 복귀한 이들도 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NHN을 창업해 수천억원을 번 뒤 회사를 나와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다.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카카오톡 가입자는 1800만명을 넘어섰다. 게임업체 네오위즈와 인터넷 검색업체 첫눈을 잇따라 창업한 후 다시 블루홀스튜디오라는 게임회사와 본앤젤스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한 장병규 사장도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가 출시한 온라인게임 테라는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게임으로 자리잡았다. NHN 창업멤버인 천양현 코코네 회장은 NHN재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소셜러닝회사인 코코네를 일본과 한국에 설립,최근 어학공부 애플리케이션을 양국의 앱스토어 1위에 올려놓았다. 이 밖에도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이택경 다음 창업자 등도 회사를 나와 벤처투자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들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계속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김범수 의장은 게임사업을 하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방향을 돌렸고 장병규 사장은 커뮤니티서비스를 만들었다가 검색 엔진을 개발했고 이제는 게임 사업을 하고 있다. 천양현 회장은 게임에서 출발해 교육 분야로 전환했고 게임으로 시작했던 허민 전 네오플 창업자는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정주 넥슨 회장,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재웅 다음 사장 등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남아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다. 이해진 의장은 일본 검색 시장에 진출했고 김택진 사장은 최근 야구 구단을 만들었다.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사장과 홍익인터넷 창업자 노상범 사장은 실패를 딛고 재기에 나선 사례.전제완 사장은 1999년 프리챌을 창업,단숨에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로 키웠다. 이후 구속과 부채문제 등으로 고전하다가 2009년 유아짱을 설립해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에 나섰다. 노상범 사장도 홍익인터넷 부도로 고전하다가 최근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홍익세상을 설립해 재기에 나섰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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