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보험·증권 M&A 추진…글로벌 금융그룹과 격차 줄일 것"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경기가 나쁠 때 리스크 관리는 누가 못합니까. 경기가 좋을 때도 중심을 잃지 않고 리스크 관리를 잘 하는 게 가장 어렵지요.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63 · 사진)은 14일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업의 기본은 리스크 관리"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자산 건전성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지난 3월 취임한 한 회장은 2002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누적적자가 3000억원에 달하던 회사를 3년여 만에 알짜배기 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신한생명은 한 해 2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다.

한 회장은 "국내 대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는데 금융회사들은 많이 부족하다"며 "해외 수익 비중을 2~3년 안에 10% 선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 금융회사 수익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선진 금융회사들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한 내분사태' 이후 그룹 내 동요가 심했습니다. "경영진 내분 때 '친라'(친 라응찬)니 '반라'니 하는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오직 신한이란 조직을 위해 일했죠.내분 사태에도 업계 최고 실적을 낸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신한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

▼최근 그룹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구조에 대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내분의 원인은 체계적인 승계 시스템과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지 못한 데 있었습니다. 과거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새롭게 고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지요. 개편안이 잘 정착되면 제2의 신한 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매주 그룹 경영회의를 갖기로 했는데요.

"은행과 카드 등 주요 자회사를 중심으로 할 것입니다. 공식 맴버가 아니더라도 안건이 있는 곳은 참여하는 구조이지요. 지금도 경영협의회와 수요 최고경영자(CEO) 미팅이 있는데 그룹 경영회의로 승격해 좀 더 체계화하는 것입니다. "

▼지분에 비해 재일교포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재일교포는 신한은행 창업자이며 실질적인 1대 주주입니다. 주주권 행사는 당연합니다. 부당한 영향은커녕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최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주요 주주들과 재일교포 원로들을 뵙고 운영체계 개선안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분들도 지지를 약속했고요. "

▼지난 3월 사장직을 폐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제 업무를 해보니 지주 사장이 없어도 별 어려움이 없더군요. 오히려 의사 결정이 빨라지는 등 장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장의 업무가 과중될 우려가 있어 지주사 임원을 한 명 늘렸고 회장 업무 중 일부를 분산했습니다. "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도네시아 시장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주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그동안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는데 앞으로 비은행 부문이 은행 해외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

▼증권과 보험 부문을 강화한다고 하셨는데요.

"두 부문은 은행과 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지위가 취약합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은 우선 자체 성장 전략을 추구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상대가 나타나면 투자 여력을 따져 인수 · 합병도 할 것입니다. 지금은 상환우선주와 차입금 상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

▼언제쯤 다른 은행(금융지주)을 추가 인수할 계획입니까.

"단순한 대형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내년 상환우선주 3조7500억원을 갚으면 과거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에 투입한 차입금이 대략 5조3000억원 남습니다. 1년 정도 더 지나야 다른 인수 · 합병에 대한 여력이 생길 것입니다. 2013년께는 돼야죠."

▼우리금융 매각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간 합병은 외형 확대에 따른 장점은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고객 및 영업점 중복이 상당하다는 것이지요. 과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만큼 시너지가 발생할지는 의문입니다. "

▼저축은행 인수를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까.

"저축은행의 핵심은 서민금융입니다.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시너지가 날 수 있습니다. 은행권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하위 등급 신용대출과 후순위 담보대출로 일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안정화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인수한 다음 신한 시스템에 맞게 재정비해야겠죠."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자회사에 증자할 계획이 있는지요.

"만약 증자할 필요성이 있다면 먼저 자회사에서 얼마나 자구노력을 할 수 있을지,또 향후 수익 창출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아들이 돈 달라고 해서 부모가 무조건 퍼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

▼신한은행이 거래하던 동양건설이 결국 법정관리로 들어갔습니다.

"다들 욕심이 앞섰습니다. 은행도 건설사도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웠어야 했지요. 동양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은행이 처음 인연을 맺을 때는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점을 신한은행에도 지적했습니다. "

▼시가총액이 25조원 안팎으로 자산규모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주가는 장부가 대비 1.1~1.2배 수준입니다. 장부가를 약간 넘는 정도지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금융규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탓입니다. 사실 국내 금융사들이 다 똑같은 입장이죠.수 년 전 발생했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관행도 문제입니다. 상품별로 차별화도 안돼 있고요. 하지만 신한금융은 이런 점을 혁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

▼향후 신한금융 주식을 매입할 계획은 있습니까. "회장으로 취임한 후 경영 현황을 살펴보니 장기 투자가치가 높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5,6월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추가 매입을 생각 중입니다. "

박준동/조재길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