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號' 신한금융…리딩 금융그룹 위상 굳힌다

신한금융지주 내분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 가까이 흐른 지난해 10월 말.한국경제신문은 차기 신한금융 사령탑으로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처음 보도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그가 현직에서 떠난 지 1년반이나 흐른 데다 다소 조용한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여서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오히려 외부 인사 혹은 내부 출신이라 하더라도 개성이 강한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하지만 신한금융 회장 선임 특별위원회는 올해 2월14일 한 부회장을 낙점했다.

한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신한금융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임직원들이 '친라(親羅 · 라응찬 회장 사람들)'와 '반라(反羅)'로 갈라졌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신한맨'으로 서서히 합쳐졌다. 한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당시 요구됐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칭찬'에 손사래를 쳤다. "제가 대단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신한이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란 걸 증명한 것이죠."◆시가총액 1위 금융그룹


신한금융은 1990년대 말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금융사였던 게 사실이다. 1982년 후발은행으로 출발한 탓에 1990년대 중반까지는 작은 은행 정도로만 여겨졌다. '조상제한서'(조흥 · 상업 · 제일 · 한일 · 서울은행)'로 요약되는 5대 시중은행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그 외로는 외환 기업 국민 주택은행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한 회장은 하지만 "라 회장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창립 때부터 적자를 낸 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외환위기를 맞아 대다수 은행이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지만 신한은행은 나홀로 흑자를 냈다. '작지만 탄탄한' 신한은행에 기회가 왔다. 동화은행을 합쳤고 제주은행을 인수했다. 200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굿모닝증권(2002년) 조흥은행(2003년) LG카드(2007년)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LG카드를 품에 안은 이후 신한금융은 KB금융 우리금융과 함께 '빅3'를 형성했다. 다만 자산 규모 면에서 KB금융이나 우리금융에는 뒤져 '리딩 금융그룹'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내분 사태를 극복하고 한 회장이 취임한 이후엔 평가가 달라졌다. 내분 사태 직후와 비교할 때 주가가 20%가량 올라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확실한 1위로 올라섰다. 최근 신한금융 시가총액은 24조~25조원을 기록하며 2위권을 3조~4조원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수익성도 돋보여
신한금융은 작년 2조38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쟁 금융그룹보다 좋은 성적표다. 지난해가 내분 사태를 겪은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란 게 애널리스트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올해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9243억원,총자산이익률(ROA)은 1.44%,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1%에 이르렀다. 세 지표 모두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올해 3조원의 이익을 충분히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조원 클럽에 가입하면 국내 금융사 중 첫 케이스가 된다.

바탕은 리스크 관리였다. 한 회장은 "금융업의 기본은 위험관리이기 때문에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를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1년여 전부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신규 대출을 제한했다. 다른 은행들이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에야 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과 비교된다. 부동산 PF 중 부실화 비율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신한은행의 PF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말 기준 4.97%로,시중은행 평균(14.94%)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탄탄한 수익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당국 요청에 따라 딱 한 번 자제한 것을 빼놓고는 이제껏 배당을 안 해준 해가 없다"고 전했다.

◆'신한웨이'로 성장 이끈다


신한금융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내부에서는 '신한웨이'로 상징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꼽는다.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부터 수시로 강조하는 강력한 조직문화가 배경이란 것이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의 핵심 가치를 △고객 중심 △상호 존중 △변화 주도 △최고 지향 △주인정신 등 5가지라고 소개했다. "이전에는 알뜰하고 내실을 기하며 일사불란한 점이 신한의 가치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선진금융회사에 요구되는 가치들을 반영해 새로 정립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리스크 관리와 안정성 등 기본을 지키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신한은 그간 많은 서비스를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했다. 현금지급기를 통한 자기앞수표 지급과 인터넷뱅킹,골드뱅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4년 신용불량자 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2005년엔 사회책임보고서를 처음 발간했다.

한 회장 체제 아래 신한금융이 요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문은 '해외'다. 국내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판단에서다. 한 회장은 "그룹 수익구조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에서 10%로 대폭 늘리겠다"며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우선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을 더 키우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사실 신한금융은 은행 대 비은행 간 수익구조를 5 대 5 정도로 맞춰놔 국내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카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은행 영업이 여의치 않더라도 비은행 부문에서 이를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구조다. 한 회장은 하지만 "은행 ROA가 1% 안팎인 데 반해 비은행 부문의 경우 3~4%에 달하기 때문에 이쪽 부문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며 "종합 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게 보험과 증권 쪽에선 적극적인 인수 · 합병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