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브란스 믿고 수술한 서울대병원 책임없다"

유방암 오진만 손해배상

김모씨(여 · 45)는 2005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결과를 믿을 수 없었던 김씨는 서울대병원으로 가 세브란스병원의 기록을 제출하며 진료를 의뢰했다. 서울대병원 담당 의사는 촉진(손으로 만져서 진단)을 하고 세브란스병원의 진단이 옳다는 전제 아래 유방절제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술 후 세브란스병원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김씨의 라벨을 붙이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병원의 실수로 유방암이 아니었는데도 절제술을 받은 김씨는 1차 오진을 저지른 세브란스병원과 촉진만으로 절제술을 결정한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김씨가 두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세브란스병원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두 병원의 책임을 모두 인정한 원심을 14일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서울대병원의 책임에 대해 "환자가 다른 병원(세브란스)의 조직검사 결과를 제출했다면 조직검사를 다시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뀐다는 이례적 상황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대병원이 새로 김씨의 조직을 채취해 재검사를 실시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며 서울대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세브란스병원에 대해 재판부는 "세브란스병원의 실수로 실제로는 양성이었던 김씨의 유방 종양을 유방암으로 오진,그 결과로 서울대병원이 잘못된 유방 절제수술을 하게 됐다"면서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오류,유방암 판독에서의 과실,수술로 김씨가 입은 손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세브란스병원 패소를 확정했다.

김씨는 두 병원과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며,원심에서는 두 병원이 공동으로 김씨에게 5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