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5ㆍ끝) "21세기 공학교육, 디자인ㆍ인문학 가르쳐야"
입력
수정
● 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
공학교육 혁신 중 - (5ㆍ끝) 공학교육혁신 좌담회
공대졸업생 전공지식 부족
채용 후 교육에 6000만원 들어
산업구조 변화…창의성 교육 필요
과학기술은 경제 성장의 동력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과학 · 기술 인재 10만명 육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스트롱코리아 '캠페인을 벌이는 까닭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공학교육 혁신바람도 '21세기형 공학 인재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원,송성진 성균관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조율래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과 함께 공학교육 혁신의 필요성과 성과,미래상을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한국의 생산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공학 응용 기술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한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공학교육혁신 바람이 불고 있는 건가. ▼조율래 실장=국내 공대들은 수요자인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를 기대만큼 많이 배출하지 못했다. 공학도의 개념이 그냥 기술자 수준에서 머물렀던 데도 이유가 있다. 영연방에선 공학도가 의사처럼 사회적인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는 전제 아래 여러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공학도들이 이런 평가와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공학교육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공감대가 공학교육혁신사업의 취지다.
▼임상혁 본부장=기업들이 느끼는 이공계 대졸 신입사원의 가장 큰 문제는 전공지식 부족이다. 신재생에너지 그린카 등 첨단 분야는 외국 인재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러다보니 신입사원을 본업에 투입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평균 19개월,자금은 6000만원 정도 든다.
▼민철구 선임연구원=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은 국가경쟁력이 22위지만 교육경쟁력은 29위,대학경쟁력은 39위로 처져 있다. 특히 이공계 분야 경쟁력이 낮다. ▼사회=혁신사업은 잘 되고 있나.
▼송성진 센터장=이 사업은 현장이 요구하는 인재와 대학이 공급하는 인재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은 전문지식부터 경제 · 경영 마인드,인성까지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 20세기의 공학교육은 공학기술 습득에 집중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공학기술에 디자인을 더해야 한다. 거기에 의사소통능력과 인문학적 지식 등 '소프트 스킬'도 필요하다. 성균관대의 경우 전체 전공의 3분의 1가량은 디자인으로 채우고 있다. 또 소프트 스킬과 관련한 과목도 20학점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조 실장=대학들이 꼭 공학교육혁신사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아무리 좋은 과정을 만들어도 학생들이 학점 따기 어렵다고 그 수업을 안 들으면 소용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기업들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 학생들 스펙이 다 똑같다고 하기 전에 학점 잘 받은 학생보다는 어려운 과목을 다양하게 들은 학생을 뽑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회=혁신사업이 나아갈 방향은.
▼김 원장=창의적 설계,학제 간 융 · 복합,소통 기술 강화 등의 기반은 마련됐다. 이제는 창의력과 응용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할 때다. 과거 한국 산업은 모방형 · 추격형이었고,대학도 그런 인재를 길러냈지만, 앞으로는 세계에 없는 걸 만들어내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사회=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송 센터장=산업계 지원이라는 게 꼭 자금일 필요도 없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제만 줘도 된다. 대학이 기업에 주제를 달라고 하면 안 주면서 취업하면 문제를 모르는 인재라고 불평한다. 인턴십도 그러한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조 실장=인턴 제도는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 스펙만 보고 인재를 뽑는 것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임 본부장=기업들마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고,인턴십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인턴십을 교육보다는 취업의 전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은 기업에 부담이 된다. 인턴 수를 단기간에 늘리기도 어렵고 인턴들을 모두 취업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학생이나 대학은 인턴십이 교육과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회=대학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조 실장=공대 교수들이 대부분 교육보다는 연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연구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논문도 많이 써야 학교에서든 정부에서든 인정받는 분위기다. 연구 부문은 평가가 쉽지만 교육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인 것 같다. 교육 잘하는 교수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가겠다.
▼김 원장=공학도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과정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 공학과 예술,공학과 인문학 등 융합할 부문은 아직도 많다. 공대마다 개성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똑같은 것만 가르치면 서로 배우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참석자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민철구 STEPI선임연구원, 송성진 성균관대공학혁신센터장, 임상혁 전경련산업본부장, 조율래 교과부연구개발정책실장 <가나다순>
사회=남궁덕 한경중기과학부장 /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