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공화당 부채한도 협상 삐걱…무디스, 美등급 강등 경고

'내달 2일' 디폴트 시한 임박
"재선 못해도 양보는 없다"
오바마 협상장 박차고 나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13일(현지시간) 미국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여차하면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는 단계다. 백악관과 공화당 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좀처럼 타결되지 않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이 시한 내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사소한 것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어 "기간에 관계없이 정말 디폴트가 발생하면 미국에 대한 평가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고 미국이 (최고 등급인) Aaa를 더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디폴트가 발생해도 채무 불이행 기간이 짧고 미 국채 보유자의 손실도 작거나 없을 것"이라면서 "신용등급을 낮추면 Aa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7000여개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등급도 자동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무디스의 경고에 영향을 받은 달러 가치는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S&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위원장은 미국이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신용등급을 Aaa에서 가장 낮은 'D'로 낮추겠다고 경고했다. 피치도 지난달 8일 부채한도 문제가 시한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이 실제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릴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국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리스에 비해 그 충격파가 핵폭탄급일 수 있다. 미 재무부는 무디스의 발표에 대해 "디폴트를 피하려면 의회가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적절한 시기에 일깨워줬다"고 반응했다. 신용등급 강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은 재정적자가 심각하고 전체 부채의 31.3%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미국 정부의 부채는 14조3000억달러지만 사회보장성 비용과 구제금융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조달러에 달한다"며 "미국의 실질적인 채무 규모가 그리스보다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부터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주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의원 측 보좌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 문제가 대통령직을 끝내버릴 수도 있지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를 내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 측 보좌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갑자기 회의장을 나간 것이 아니라 회의가 끝나서 자리를 떴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