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年 3.25% 동결] 유럽위기 확산…외국자금 유입 가능성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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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차 양적완화 움직임ㆍ가계부채 등 고려
김중수 "물가상승 강한 우려감" 인상 여지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금리결정 회의에서 연 3.25%인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동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외 경제 · 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유럽계 자금 비중이 절반가량"한은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유럽 지역의 국가채무 문제와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가 경기 하방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결정문에 '일부 유럽 국가'로 언급됐던 것이 이달에는 '유럽 지역'으로 확대됐다. 김 총재는 "전에는 그리스 등 몇몇 나라들의 문제로 봤다면 지금은 문제가 전염되고 확산될 개연성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 자본 중 유럽계 자금의 비중이 절반가량 돼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전날 의회에 제출한 연설문에서 3차 양적완화(QE)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 자금이 국내로 유입돼 환율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20전 하락한 1058원40전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는 연중 최저인 1054원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부채와 부동산시장에 미칠 부작용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닌 가계 부채를 하루아침에 해결하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 전망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은 또 "가공식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이 계속 오르면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며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재는 "국제유가가 하반기에는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물가를 끌어내릴 정도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경기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며 "3분기와 4분기 한 차례씩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은은 다음달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연내 두 차례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