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정몽진 "사업에 도움되는 기업, 언제든 M&A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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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 지분' 깜짝 매각…6300억 확보한 KCC 회장KCC는 14일 만도 지분 310만7062주(17.1%) 전량을 6370억원에 팔았다. 주식시장 개시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서다. 유동성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KCC가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서자 주식 시장도 놀랐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사진)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만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에 대해 "일상적인 투자 자금 회수로 보면 된다"며 "그동안 KCC의 보유 지분은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일정한 역할을 했는데,이제 한라가 만도를 되찾았으니 우리도 그 지분을 굳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년 수십 곳 들여다봐"
3년간 2조 추가 투자…2~3개 신사업 진출 검토
◆"서산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정 회장은 만도 지분 매각을 통해 원금 대비 두 배에 달하는 5115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2008년 범 현대가의 일원으로 한라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네덜란드계 투자사인 선세이지로부터 만도 지분을 인수한 지 3년 반 만이다. 당시 KCC의 몫은 29.99%로 총 270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5월 만도 기업공개(IPO) 당시 지분 일부를 1445억원에 팔았고,이번에 잔여지분을 처분했다. KCC는 올초엔 현대상선 지분 280여만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잇따른 주식 매각에 대해 새로운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3년간 2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미리 자금조달을 해둘 필요가 있다"며 "이번 지분 매각 대금도 미리 짜놓은 사업계획대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KCC의 대표적 신사업은 폴리실리콘 양산이다. KCC는 작년 초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충남 서산시 대죽산업단지에 연산 6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세웠다. 내년까지 이 공장 생산규모를 1만8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 말엔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기업인 MEC사와 공동으로 현지에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합작공장을 통해 2016년까지 생산규모를 1만20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미 폴리실리콘의 순도를 '나인 일레븐(99.99999999999%)'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등 선진국 선발업체들과 동등한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고 말했다.KCC는 신사업 확장을 위해 15일 안성 4산업단지 내 36만6942㎡ 부지 LED(발광다이오드) 및 태양전지 기판 공장을 착공한다. 투자비는 2조원 규모다. 이 공장에선 LED용 사파이어 기판을 월 15만장,태양전지용 실리콘 기판을 연간 1.6GW씩 생산할 예정이다.
◆"신사업 추진 자금 여력 충분"
정 회장은 잇따른 현금 확보를 통해 추가적인 스몰 M&A(인수 · 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매년 수십개의 국내외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번 만도 지분 매각 대금 역시 기회가 온다면 기업 인수에도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고 싶은 사업을 할 만큼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며 "얼마전 실리콘 사업과 관련된 소규모 해외 기업을 인수했듯이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업은 언제든 인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KCC는 올초 영국 유기실리콘 생산 · 판매업체인 바실던케미컬 지분 100%를 인수했다. 앞서 태양광용 잉곳 제조업체인 아르케솔라 등 신사업 관련 업체들도 잇달아 계열사로 편입했다. 다른 신사업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유관업종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도 2~3개의 신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선 "지속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국외 매출 비중 50% 조기 달성과 신규 사업 진출,M&A 기회 포착 등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정밀화학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CC는 자산 10조2000억원으로,재계 순위 25위에 올라 있다.
이준혁/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