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오지로 보내달라는 한국여성 대견스러워"

"아이티,수단 등 전 세계 어려운 인권 현장에는 꼭 한국 사람들이 있더군요. 편안함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지구촌에서 인류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며 저도 많은 것을 느낍니다. "

강경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56 · 사진)는 14일 외교통상부 주최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초청 간담회'에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인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6년 한국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유엔 고위직인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에 임명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유엔 사무총장 산하 조직으로 제네바에 있으며 인권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전 세계를 다니다 보면 '더 오지로 보내달라'고 상관에게 조르는 한국 여성들이 눈에 띕니다. 제가 보기에도 대단하더군요. 우리 젊은이들의 활약상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

이날 간담회에는 교복을 입은 중 · 고생 등 청중 300여명이 몰려 국제기구 진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강 부대표는 '인턴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분야든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인턴십을 활용하라"며 "쑥스러워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본인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어와 조리있는 글쓰기 능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여성으로서 힘든 점은 없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강 부대표는 "유엔 내 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인력 중 52%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 부대표가 걸어온 길은 화려하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1977년 KBS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1984년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딴 뒤 세종대에서 영문학 교수로 지내다 국제전문가 특채로 1998년 외교부에 들어왔다.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통역한 게 계기가 돼 김 대통령의 영어 통역사로 발탁됐다. 주로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의 영어 연설문을 담당했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세련된 매너로 외교부 입부 8년 만에 비고시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장직인 국제기구정책관에 올랐다. 이일병 연세대 교수(58)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었으며 부친은 KBS 아나운서를 지낸 고 강찬선 씨다.

강 부대표는 우리 정부가 세계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도 유엔에서 좀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의욕적으로 의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10년쯤 뒤엔 우리가 유엔 선도국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