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가 상조업까지?…연 7조 시장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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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손보, 우리상조개발 지분 인수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상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연 7조원 규모인 상조시장이 머잖아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금융사들이 새로운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상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지만 금융사의 신뢰도 하락과 불투명한 자금거래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농협 이르면 연내 설립ㆍ신협도 추진
그린손해보험은 관계사인 인핸스먼트컨설팅코리아와 함께 우리상조개발 지분을 인수, 상조업에 진출한다고 14일 발표했다. 그린손보가 4.9%,인핸스먼트가 82%의 지분을 인수했다. 우리상조개발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조회사 주요 재무정보'에서 고객 선수금 상위 10위에 오른 회사다. 그린손보는 우리상조개발의 사명을 '그린우리상조'로 바꾸고 삼성화재 출신의 이광수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린우리상조를 통해 상조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상조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상조시장 규모가 7조원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그린우리상조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농협과 신협도 상조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농협은 이르면 연내,늦어도 내년 중 상조업 진출을 목표로 상조 관련 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현재 주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 농협상조(가칭)의 설립 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농협은 이미 장례지원단을 운영하고 있고 조합별로도 의전서비스 대행업체와 협약을 맺고 장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전국 직영의 상조회사를 본격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협도 상조 관련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협은 2007년부터 재향군인회의 상조 영업 모집법인 역할을 해오다 작년 할부거래법상 법인 모집 행위가 금지되자 개별 조합원들이 상조회사 영업사원으로 등록해 영업을 대행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상조회사를 별도로 설립하지 않고 상조 보험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은행들도 예 · 적금 형태의 상조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조회사의 선수금 예치를 위한 '우리상조세이프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선수금이란 상조회원들이 상조업체에 미리 내는 돈으로 상조업체들은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넣어두거나 지급보증 보험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장례대행 전문업체인 '좋은상조'와 '에이플러스 라이프' 등의 서비스를 판매가보다 5%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IBK 상조 예 · 적금'을 출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 회사들이 수익사업을 위해 상조사업에 직접 진출하고 있지만 상조사업도 위험요인이 분명히 있다"며 "자칫 상조사업에서의 손실이 금융사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상조업은 현금거래가 대부분이어서 자칫 금융사가 '검은돈 거래'의 의심을 살 수도 있다"며 "향후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동균/안대규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