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 119조에 대한 민주당의 정략적 해석

민주당이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당내 기구를 발족시켰다.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를 뒀다는 설명이다. 이 조항은 한나라당 인사들도 서민정책의 근거조항으로 거론하는 게 사실이다. 또 이 조항을 들어 우리 헌법은 사회주의적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좌파 세력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헌법학자들은 민주당의 이 같은 해석은 견강부회라는 입장이다. 헌법개정을 통해 문제의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어떻든 이번에 민주당이 이 조항을 전면에 내건 위원회까지 발족시킨 것은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이념논쟁을 시작한 것이며 포퓰리즘적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나름의 이론화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헌법 119조는 2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제 1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2항에선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및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기에 따라 1,2항은 서로 모순되는 관계다. 그러나 대부분 헌법학자들은 1항을 경제의 기본 원칙, 2항을 예외 관계로 보고 있다. 헌법 체계상 정부의 시장 개입은 예외적이고 보충적인 기능이 필요할 때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1항을 빼고 2항만을 주장한다면 시장경제의 기본질서와 개인의 사적자치와 자유권은 고도로 제약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이 조항들은 세심하게 해석돼야 하며 정책을 수립할 때도 1항의 기본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기획되어야 마땅하다.

문제의 이 조항은 전두환 5공화국 말기인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이뤄진 그해 10월 제9차 개헌을 통해 삽입됐다. 반시대적 독재정부가 내부 권력 승계를 위한 일종의 당근책으로 넣은 것이다. 바로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헌법은 중소기업 서민 농민 등 국민 각 그룹에 대한 구체적 보호조항을 삽입하게 돼 헌법의 격식에도 어울리지 않는 일종의 백과사전식 열거주의의 함정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시장질서는 그 자체로 조화의 체제이며 협력의 질서라는 것을 부인하는 자들이 지금 이 조항을 걸어 무분별한 정부 개입과 국가만능을 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개입이 이미 과잉으로 치닫고 있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형해화되었다 할 정도로 국가의 간섭이 만연하고 있다. 만일 민주당처럼 해석하기로 든다면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는 언제라도 헌법개정 없이 인민주의적 공산국가로 해석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무엇을 획책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