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투서·음해 오죽하면 '함구령'

사장 인사철 분위기 어떻길래

한전 사장 김중겸 응모에도 정부 "우린 몰라"
공기업 사장 인사철을 맞아 음해와 투서가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공모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사장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누가 응모했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사정이 심각하다.

◆한전 사장 3명 응모김쌍수 사장 후임을 뽑기 위해 공모를 진행 중인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14일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전은 전날 사장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민간 기업인 출신 3명이 응모한 사실은 확인됐다. 또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공모에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후보자 명단이나 인적 사항 등 더 이상의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요즘 기관장 후보에 대해 악성 루머나 음해성 투서가 많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후보자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기관장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공기업 사장 인사에 대해서는 '입조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산하 공기업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윤상직 지경부 차관은 이런 점을 의식해 "누가 기관장 후보로 응모했는지 나한테 보고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보 새어 나가면 감찰 받는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너지관리공단 등 다른 산하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도 지경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또 다른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 지침' 17조5항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 명단,임원 후보자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관련 규정까지 제시했다. 청와대 내에선 "공기업 인사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감찰을 받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편에서는 후보자가 노출될 경우 전관예우 논란 등 자격 시비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함구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검증과정에서 변수되기도

한국투자공사(KIC) 차기 사장 선임은 정부의 함구령에도 응모자들의 인적사항이 알려지면서 막판에 결과가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KIC 사장 추천위 면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전직 관료 대(對) 민간출신' 인사검증 과정에서 쏟아진 투서와 음해성 루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모로 임명된 모 공기업 사장은 '과거 실무 부서장 때 일부 직원만 편애했다''노조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등 음해성 투서로 취임 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이틀 연기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경부 내에서 투서 때문에 후보자 검증을 하루 이틀 더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