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 불법유통 20년 동안이나 이어져"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큰돌고래'가 20년 동안이나 은밀하게 불법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은 '제주도 일부 어민이 자신들의 어망에 걸려든 큰돌고래를 국내 유명 동물원에 공연용으로 팔아넘긴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어민과 동물원 관계자 등 모두 11명을 입건해 조사중이다. 해경에 따르면 어민과 업자 간의 검은 거래는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이번에 적발된 어민들의 출신지는 제주도 해역 전반에 걸쳐 출몰하는 큰돌고래의 특성상 제주 전역에 고루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같은 사실이 어떻게 20년간이나 알려지지 않았을까.큰돌고래는 국내에서는 제주도 해역에서만 2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산 채로 그물에 걸렸을 경우 즉시 놓아줘야 하고 죽은 채로 발견되면 해양경찰에 신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어민들은 큰돌고래를 생포한 뒤 제주 모 관광단지 대표 등에게 팔아넘겼다.

해경은 국내에 살아있는 고래에 대한 포획과 유통을 관리ㆍ감독하는 전담기관이 없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승인 없이 고래를 생포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지만 사실상 관리·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해경의 판단이다.

국내 유일의 고래 전문 연구기관인 고래연구소는 큰돌고래의 개체 수, 서식 환경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관리·감독 권한은 물론 당연히 처벌 권한도 없다.

고래연구소는 올해 초 이같은 불법 행위를 알고 현지 어민들에게 돌고래가 그물에 걸릴 경우 즉시 방류할 것을 권고한 사실이 해경 조사에서 확인됐다. 해경은 연구소 관계자를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고발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처벌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원 측의 도덕 불감증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에 입건됐거나 조사를 받는 동물원 두 곳이 '불법 유통된 사실을 알고도 사들였는지'에 대해서는 해경 수사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해경은 두 동물원이 '공연용 돌고래를 수입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는 반면 제주도 일대에서 큰돌고래가 어민들에게 종종 잡혀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불법 거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동물원 측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 불법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리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범죄에는 어민들의 보상 심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유통된 큰돌고래는 모두 파도에 휩쓸리며 연안으로 떠밀려 와 일종의 함정어구 방식으로 설치한 '정치망'에 걸렸다.

이 과정에서 어민들의 그물이 망가지거나 이미 잡혀 있던 물고기들이 달아나는 경우가 많아 돌고래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고 이를 보상받기 위해 돌고래를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민들은 마리당 500만~1000만원이라는 비교적 거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어민 상당수는 해경 조사에서 돌고래가 공연용으로 쓰이는 줄 몰랐거나 해당 업체에서 보호나 치료 등을 이유로 가져가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