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6조 '큰 손' 애플의 변심…삼성전자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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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TSMC, 애플에 칩 공급
인텔도 애플에 칩 공급 추진…낸드플래시는 도시바에서
삼성 견제 갈수록 거세져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
애플이 대만 TSMC에 차세대 모바일AP칩(A6) 공급을 맡길 것이란 소식에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부터 애플이 삼성전자에 100% 의존하고 있는 AP칩 공급처를 다변화할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지난 4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AP칩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애플의 시도를 삼성전자와의 관계 재편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 태블릿PC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로부터 모바일AP칩 공급을 100%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전략이란 관측이다. ◆애플,모바일반도체 독점 구도 깨나
애플이 만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AP란 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 때부터 AP칩은 삼성전자가 독점 공급해왔다. 작년에 내놓은 아이폰4와 아이패드2에도 삼성전자 칩이 100% 쓰였다.
애플은 삼성전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 태블릿PC 기술이 삼성전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를 100% 공급받다 보니 삼성전자 측 엔지니어가 시제품 테스트에 관여하는 등 기술 공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모바일AP칩 공급처를 다변화할 것이란 얘기가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대만 신문들은 애플이 삼성전자에서 전량 공급받는 아이폰4 · 아이패드2용 AP칩(A5) 일부 물량을 TSMC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과 인텔의 연대설도 있었다. 인텔은 PC용 CPU 시장을 석권했지만 모바일AP칩 시장엔 명함조차 못 내미는 처지이고,애플은 모바일기기 분야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급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 회사가 힘을 합할 것이란 시나리오였다.
지난 5월엔 미국의 한 금융회사가 "인텔이 애플의 모바일AP용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노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AP칩 생산기술 면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섰다는 점에서 애플이 단기간에 TSMC에 공급을 맡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이후 일부 물량을 TSMC나 다른 반도체 회사에 점차적으로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삼성-애플,협력에서 경쟁관계로애플이 TSMC에 AP칩 생산을 일부 맡기게 되면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애플은 작년에 6조1600억원가량(전체 매출의 4%)의 반도체와 LCD를 구입,일본 소니에 이은 두 번째 '큰손'이었다. 올 1분기에는 삼성전자 분기 매출의 5.8%에 이르는 부품을 구입, 최대 고객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AP칩이 연간 1조2000억~1조3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크게 줄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AP칩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바꾼다는 얘기는 AP칩에 들어가는 D램 공급선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협력자이면서 경쟁자'였던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경쟁자'로 서서히 바꾸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선 애플이 AP칩에 앞서 낸드플래시와 모바일D램 등 다른 반도체 공급선을 이미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일본 도시바의 지난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까지 낸드플래시 점유율에서 도시바를 1.1%포인트 격차로 앞섰는데 올 1분기에는 이 격차가 0.3%포인트(삼성전자 35.9%,도시바 35.6%)로 좁혀졌다. 애플은 모바일D램도 삼성전자로부터 50% 이상 공급받던 것에서 일본 엘피다 쪽 물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부품. PC와 달리 모바일용 CPU를 비롯해 그래픽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관련 명령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칩과 D램,관련 소프트웨어 등이 모두 결합된 형태로 제조된다.
이태명/조귀동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