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관절 전문병원시대…대학병원 넘어 '명품 진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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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부터 검사.수술까지 1~3일 만에 '원스톱 서비스'
신의료기술 앞다퉈 도입, 임상 노하우도 '풍부'
환자 몰리며 급성장
인체 골격의 근간인 척추와 거동에서 가장 중요한 관절이 망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잘못된 자세로 하루종일 공부하는 데다 이를 바로잡을 운동시간이 부족하다. 노트북이나 넷북도 모자라 갤럭시탭,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은 목이나 손목,어깨 등의 통증을 호소한다. 주부는 가사노동으로,직업운전자와 육체노동자는 과도한 업무로 척추와 관절이 시달린다. 노년층도 노화로 인한 척추와 관절의 손상을 피해가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2년 4만1573건에 불과하던 척추 수술은 2006년 9만292건,2009년에는 13만9761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건수는 2005년 2만5414건에서 2009년 5만4097건으로 2.13배(연평균 20.8%) 증가했다. 고관절(엉덩이 관절)에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수술 건수도 2005년 1만5008건에서 2009년 2만3615건으로 1.57배(연평균 12.0%) 늘었다. 척추와 관절이 고장나 통증이 생기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데는 많은 요인이 있다. 잘못된 자세의 일상적인 습관이 대표적이다. 학습 · 컴퓨터작업 · 운전 · 게임 · 학습할 때 고정 자세를 취하는 것 등이다. 인체는 설령 잘못된 자세를 취하더라도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운동,스트레칭 등으로 얼마든지 스스로 교정할 수 있으나 많은 척추 · 관절 환자들은 이마저도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도 도시인들의 운동 부족은 여전히 척추나 관절 고장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거꾸로 생활 수준 향상 및 주5일제 근무 확산으로 무리하게 스포츠 ·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관절과 척추를 다치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도 척추 · 관절 전문병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신의료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전문병원 간 영역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본래는 정형외과 질환이라는 하나의 큰 테두리 안에 있었지만 이들 전문병원은 설립자(대표 원장)의 주된 치료 분야,더 능숙하게 치료할 수 있는 분야를 앞세워 척추전문병원이나 관절전문병원으로 분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 척추전문병원으로 시작한 곳은 관절질환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척추 · 관절전문병원이라고 내세운다. 본래 관절전문병원이었던 곳은 척추질환 의사들을 영입하면서 관절 · 척추전문병원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과거 클리닉 단위로 운영하던 안과 · 산부인과 · 치과 · 이비인후과 · 성형외과 등에서도 전문병원화가 진행 중이지만 척추전문병원과 관절전문병원의 전문병원화는 역사도 깊고 규모도 크며 기업화된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다.
척추전문병원은 1993년 세란병원을 효시로 현재 고도일병원 척병원 바른세상병원 제일정형외과병원 나누리병원 여러분병원 튼튼병원 등이 이름을 날리고 있다. 관절전문병원은 1981년 수원에서 개원한 이춘택병원을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2002년 인천 연수에서 개원한 힘찬병원을 기점으로 전문병원화가 본격 이뤄져 2003년 고용곤 원장이 부천에 연세사랑병원을 열면서 경쟁이 가열됐다. 이후 웰튼병원 정동병원 부민서울병원 여수백병원이 관절전문병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전문병원이 환자를 끌어모으며 성장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환자군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다음으로는 몰리는 환자와 저절로 쌓여가는 임상 노하우다.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의 경우 2003년에는 2명의 전문의가 월 50여건의 수술을 했지만 2010년에는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은 40여명의 전문의가 월 1250~1400건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2009년 무릎인공 치환수술의 54.9%,일반 척추수술의 54.4%가 병원급에서 이뤄진 것도 전문병원의 압도적 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문병원은 진료부터 검사 · 입원 · 수술까지 1~3일 만에 마치는 '원스톱 서비스'로 대학병원보다 신속하게 치료한다. 이에 비해 대학병원은 여전히 '3시간 대기 · 3분 진료'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느리고 때로는 권위적이기도 하다. 전문 병원은 서비스도 세심해 퇴원한 환자에게 방문 간호를 가는 등 애프터서비스를 시행하는 곳이 많다. 전문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치료비도 대학병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질환별 세부 전공자 등 다양한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고 병원장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 경영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척추 · 관절 전문병원은 수익성을 추구하기에 수술을 상대적으로 많이 권하고, CT(컴퓨터단층촬영) ·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불필요한 고가의 검사를 남발하기도 한다. 아직 임상경험적 통계를 거쳐 입증되지 않은 치료를 마구 시행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 중동은 물론 미국 일본에서도 최신 척추 · 관절 치료 의술과 경영 기법을 배우러 이들 병원을 찾아오고 있고 인공관절 및 인공뼈,수술로봇 등의 국산화를 선도하는 등 관련 의료기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