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破釜沈舟…"통신시장 기득권 버리고 모바일 플랫폼 선택"

SKT 음성통신 1위, 스마트폰 시대엔 無의미
"더 늦어지면 안된다"…모바일시장 장악 나서
분사·합병 등 통신 사업구조 전면 재편

'파부침주(破釜沈舟).'

SK커뮤니케이션즈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사업 진출을 설명하는 데 이만큼 적절한 표현은 없다. SK그룹의 양대 축을 떠받치고 있는 SK텔레콤의 수익성을 희생해서라도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배수진의 각오로 제조업체,이동통신업체,인터넷업체,모바일 벤처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정보기술(IT)업계의 무한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사면초가의 SK텔레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주력 서비스는 음성 통화다. 지난해 매출은 12조4600억원,순이익 1조4110억원,순이익률은 11.32%다. 이동통신이 전기 수도만큼이나 필수적인 서비스가 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KT LG유플러스의 도전도 막강한 현금 동원 능력을 앞세워 비교적 수월하게 막아왔다. 하지만 통신환경이 모바일 시대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철옹성 같은 SK텔레콤의 방어벽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매출 성장률은 평균 3.35%에 불과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2조원 언저리에서 답보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카카오톡 등 무료 인터넷 전화와 무료 메시지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통신 최강자로서의 입지도 예전 같지 않다.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량 급증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도 불가피해졌다.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 기지국 증설,4G 롱텀에볼루션(LTE) 투자,대규모 와이파이(무선랜) 구축 등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 기반은 잠식당하는데 시설 투자 금액은 계속 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환경 플랫폼 장악모바일(무료 인터넷) 전화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유료화하면 순식간에 이용자가 줄어든다. 광고를 삽입한다 해도 대규모 서버 유지 비용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게다가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다른 서비스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구글 애플도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에 경쟁 압력은 더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모바일 전화는 SK텔레콤의 주 수익 기반인 음성통화 매출에 타격을 가져다준다. 단기적으로 별 소득 없이 싸움만 벌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 전화 시장에서 승리하면 미래 모바일 환경의 플랫폼을 장악하는 과실을 얻게 된다. 스마트폰 도입으로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음성통화 단문메시지(SMS)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메일 등이 모두 결합된 통합커뮤니케이션(UC)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장악하면 게임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 판매망뿐만 아니라 위치기반서비스(LBS) 등과 연계해 광고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유형의 통신망을 버리는 대신 무형의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 SK 통신전략 변화의 핵심인 셈이다.

◆계열사 합병 뒤따를 듯

SK커뮤니케이션즈가 사실상 통신 사업에 뛰어들면서 SK텔레콤과 그 계열사들의 이합집산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9일 이사회를 열고 올초 신설된 플랫폼 부문의 분사를 의결했다.

오는 10월 별도 회사로 독립하는 플랫폼 부문은 콘텐츠 마켓인 '티스토어' 등의 신사업을 맡는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새롭게 내놓은 '네이트온톡'은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된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하는 플랫폼 부문이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합병을 통해 네이트온톡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서진우 플랫폼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올초 N스크린 서비스 '호핀'을 출시하는 등 미디어 사업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이용자의 기호와 관심사를 반영하는 '개인화 미디어' 분야 인력도 계속 끌어모으고 있다. 계열사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음악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벤처 기업 인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