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음악이 무성영화 변사 역할…실수도 선율이 된다
입력
수정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 '프리뮤직 온 스크린' 감독"프리뮤직은 악보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지만 무대에서 빠른 계산을 요구하는 음악입니다. 실수가 생기더라도 그게 곧 음악이 될 수 있는 거죠.오히려 연주를 잘한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 구조에 어울리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
1920년대 독일 무성영화 세 편이 즉흥음악을 만난다. 하우스콘서트 기획자로 잘 알려진 즉흥음악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47 · 사진)가 국내외 프리뮤직 연주자들과 함께 내달 4일부터 3주간 매주 목요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프리뮤직 온 스크린'을 올린다. 프리뮤직이란 악보나 정해진 구성 없이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일본에는 1000여명의 연주자가 있다. 박씨는 2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즉흥음악 피아니스트다.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한 그는 1986년 뮤직 퍼포먼스 '카오스'로 공식 데뷔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280여회의 하우스콘서트를 기획했고,최근 무성영화와 프리뮤직을 접목하고 있다.
"변사는 무성영화 시대에 내용 전개를 설명해주는 해설자였죠.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이 변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
프리뮤직은 전위음악의 요소인 우연성,불확정성과 재즈의 즉흥성을 결합한 장르다. 작곡이 만들어놓은 완성품이라면 프리뮤직은 작곡 과정을 보여주는 음악이다. 이번 공연에는 세 편의 독일 무성영화가 연주와 동시에 상영된다. '일요일의 사람들'(1929)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박씨가 혼자 무대에 선다. 코미디 영화 '들고양이'(1921)는 해금 연주자 강은일 씨,멜로드라마 '아라비아의 하룻밤'(1920)은 컴퓨터 음악 연주자 치노 슈이치,독일 색소폰 연주자 알프레드 하르트,이탈리아 드럼 연주자 파브리지오 스페라가 박씨와 무대에 선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