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철 칼럼] 孫 대표는 현대車에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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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찬성하는 한·미 FTA…민주당의 반대는 아이러니긴 시간이 흘렀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것은 2007년 4월2일.그후 몇 차례의 추가 협상과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 촛불시위 등 힘겨운 고비를 넘겼다. 이제 양국은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에 섰다.
더디게 진행되던 미 의회의 FTA 비준 작업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미 상하 양원은 최근 FTA 이행법안 초안을 채택했다. 긴 여정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부채증액한도를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갈등으로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가는 8월6일 이전 비준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골인 지점은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 쪽 사정은 더디기 짝이 없다.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한 추가 협상 결과를 담은 비준안은 아직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FTA 비준안을 다루는 여 · 야 · 정 협의체가 구성됐고 공청회도 열렸지만 여야의 견해차가 너무나 크다. 비준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힘겨루기와 물리적 충돌이 눈앞에 그려진다.
의원들의 몸싸움이야 워낙 많이 봐온 탓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한 · 미 FTA를 반대하며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가 궁금하다. 과연 무엇을,그리고 누구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지난 2월 타결된 '재협상'(정부는 추가 협상이라고 주장)으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받게 될 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래의 이익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농업 금융 서비스 제약 등에서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추가 협상 결과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 철폐시기가 4년 뒤로 미뤄져 우리가 당초 합의했던 것보다 손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셈법이 빠른 자동차 회사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재협상에 불평하기는커녕 하루빨리 비준이 이뤄져 수출전선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학수고대한다. 민주당이 업계의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면 이익균형이 깨졌다는 주장을 하지 못할 것이다. 과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런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한 것도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2007년 협상이 타결되던 당시 국산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4%에 불과했다. 이 점유율이 추가 협상을 하던 2010년엔 10% 수준으로 뛰었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붕괴위기에 처했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그 같은 고통을 겪었다면 우리 역시 무역파트너에 양보와 이해를 요구하지 않았겠는가.
만일 사면초가에 빠진 미국 자동차 업계에 양보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차도 미국시장에서 도요타처럼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우리는 자동차를 양보하면서 돼지고기와 복제의약품,파견근로자 비자문제 등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얻어냈다. 민주당은 '10+2'라는 재재협상안을 마련,여 · 야 · 정 협의체에서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0가지의 수정 및 보완 대상에 들어간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와 역진불가(Ratchet) 조항은 민주당 정권 때 미국과 합의한 사안이다. 스스로 약속했고 당론으로 채택한 조항을 이제 와서 뒤집겠다는'자기 부정'에 누가 공감하겠는가.
민주당이 이런 사실들을 알고도 한 · 미 FTA를 반대한다면 경제논리를 무시한 이념투쟁의 저의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만을 의식한 정략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발빠르게 경제영토를 넓혀가는 우리를 부러워했던 일본만 속으로 웃을 것이다.
한 · 미 경제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FTA가 타결된 지 4년3개월이 지났다. 이제 소모전을 끝낼 때도 됐다. 그것이 국익을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다.
고광철 논설위원 / 경제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