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증시 분위기…전문가들 "지수 상단 열어 둬야"

20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2160선까지 단번에 뛰어올랐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글로벌 악재로 여겨진 부채한도 증액 문제도 합의됐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합의 지연은 더 이상 글로벌 증시악재로 명함을 내밀지 못할 분위기다. 여의도 증시 전문가들은 일제히 하반기 '지수 반전'을 예고했다. 지난 두 달간 줄곧 '사지 말고 지켜보자'고 당부해온 투자전략가들도 이제서야 '사야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오직 지수의 3분기 밴드 상단이 2300선일지, 2500선일지 여부다.

◆'족집게' 강현철 우리투자證 투자전략팀장 "어디까지 오를 지 알 수 없다"

여의도 증권가(街)에서 '족집게 투자전략가'로 불리는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사실상 지수의 고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악재가 많을 때 지수의 저점은 나와도 그 반대인 경우에는 고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악재가 사라졌을 때 그간 시장을 '관망'해오던 투자자들이 뒤늦게 시장에 대거 몰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수의 반등시 낙폭 과대주부터 뛰어오르기 시작해 갈수록 기존 주도주로 슬림화될 수 있다고 강 팀장은 조언했다.

올 상반기 한경비즈니스가 뽑은 최고의 '투자전략가'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두 달간 '사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며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왔다. 그랬던 그가 '더 이상 지수하락을 놓고 고민하지 않아도 돼 보인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이제 시장이 확인해야 할 글로벌 악재는 유럽지역의 재정위기 과정 뿐"이라며 "이 역시 해법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엇보다 그간 지수가 숱한 악재에 대한 우려를 선(先) 반영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가격하락을 놓고 시장이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시장에 번질 경우 지수의 상승 폭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오 팀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지수의 조정기가 마무리되면서 지수는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시장에 번질 경우 반등의 시기와 폭은 당초 예상보다 빠르거나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라지고 있는 악재…미 부채한도 상향 조정 '합의'

'족집게 전략가'들이 한 목소리로 꼽은 글로벌 악재 중 하나이던 미국의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 조정이 하원에서 19일(현지시간) 합의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조정안을 승인했다. 하원은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형식적인 조건을 주장한 뒤 국가 부채 한도를 2조4000억달러로 증액하는데 동의했다.

그간 8월 이전에 미국의 연방채무 한도 상향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 파장이 막대할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 국채이자 지급불능과 신용등급 하향은 국채가격 하락으로 귀결되고, 이는 실물경제의 부정적 경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일제히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경고'를 보낸 이유도 연방채무 한도상향이 정치논쟁보다 합의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남은 악재? 그리스 지원안 뿐…유로존 정상회담서 '해결' 기대

올 상반기 쏟아진 악재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 2월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및 저축은행 사태를 시작으로 중동 사태와 일본 대지진(3월), 그리스 디폴트(5월), 이탈리아 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잇따라 만발했다.

대부분 악재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제 쾌쾌묵은 그리스 재정위기만 증시에 위협 요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역시 조속한 해결책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유로존 긴급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증시 이슈는 그리스 추가지원안"이라며 "독일은 민간의 그리스 국채 차환(롤오버)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ECB는 디폴트된 국가의 채권을 담보로 받아들일 수 없어 그리스 채무조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이번 긴급 정상회담에서 그리스 추가 지원안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방향성만 구체화된다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스 문제가 더 이상 해외 금융시장과 국내 증시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7월 옵션만기서 얻은 '힌트'…원화강세서 外人 '매도'하지 않는다!

악재가 사라지면서 증시 주변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의 최대 매수자인 외국계투자자들이 여전히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난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추가 양적완화정책(QE3)을 언급했 듯이 달러약세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며 "반대로 원화의 강세(환율하락)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달러당 1070원대 이후 매수해 놓은 외국인들은 섣불리 매도하려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대외불확실성이 모두 사라지고, 2분기 어닝시즌을 맞은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업가치)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부각될 경우 오히려 외국인들 위주로 수급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 해 준 실제 사례가 바로 7월 옵션만기(14일)였다. 당시 불투명한 시황 전망 탓에 옵션만기 전날까지 급증해온 매수차익잔고의 청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매물 폭탄'은 나오지 않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6월 이후 외국인들의 매수단가를 가중 평균해보면 달러당 1072원이라는 것. 원화강세는 여전히 지속 중이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억제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으로 재정지출이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QE3 가능성도 계속 언급될 것으로 보여 달러 강세로 전환될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1050~1060원대에서 머물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세 자리수 환율'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과 고용회복을 동시에 시현하려 할 것"으로 내바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