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입력
수정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중증의 장애를 극복한 것으로 유명한 헬렌 켈러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1933년 '애틀랜틱 먼슬리'라는 잡지에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글은 그 당시 경제 대공황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흘 동안 보고 싶은 대상 중 자신을 빛으로 이끈 설리번 선생을 으뜸으로 꼽았다. 그 외에 동이 트는 모습,메트로폴리탄의 박물관,재미있는 영화와 오페라 공연 등을 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고,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충고했다. 가지지 못해 평생을 갈구하며 살았던 사람이 모든 걸 갖고 있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우리에게 던지는 귀중하고도 진심 어린 충고인 셈이다.
만일 필자에게 두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시간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낼지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어쩌면 사흘 밤낮을 잠도 자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이 모든 것을 말이다.
헬렌 켈러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절실함'이 아니었을까.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건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이 확신을 버린다면 매 순간에 대한 절실함이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달콤한 꽃향기나 새들의 기분 좋은 지저귐처럼 일상에 지쳐 스치듯 지나가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생길 것이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우리 주위에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나 각박해진 인심,흉악한 범죄 등 점점 더 현대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살기 어려운 세상일수록 필자는 헬렌 켈러처럼 지금 자신이 가진 것,그리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모두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터무니없이 큰 물욕은 가볍게 버려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눈뜨며 오늘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헬렌 켈러의 이 감동적인 글과 함께 '현재는 선물(Today is present)'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어제는 이미 흘러간 과거이고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지만,지금 주어진 오늘은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선물과 같으니 반드시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김진형 < 남영비비안 사장 kjh@vivien.co.kr >
그녀는 사흘 동안 보고 싶은 대상 중 자신을 빛으로 이끈 설리번 선생을 으뜸으로 꼽았다. 그 외에 동이 트는 모습,메트로폴리탄의 박물관,재미있는 영화와 오페라 공연 등을 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고,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충고했다. 가지지 못해 평생을 갈구하며 살았던 사람이 모든 걸 갖고 있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우리에게 던지는 귀중하고도 진심 어린 충고인 셈이다.
만일 필자에게 두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시간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낼지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어쩌면 사흘 밤낮을 잠도 자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이 모든 것을 말이다.
헬렌 켈러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절실함'이 아니었을까.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건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이 확신을 버린다면 매 순간에 대한 절실함이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달콤한 꽃향기나 새들의 기분 좋은 지저귐처럼 일상에 지쳐 스치듯 지나가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생길 것이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우리 주위에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나 각박해진 인심,흉악한 범죄 등 점점 더 현대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살기 어려운 세상일수록 필자는 헬렌 켈러처럼 지금 자신이 가진 것,그리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모두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터무니없이 큰 물욕은 가볍게 버려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눈뜨며 오늘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헬렌 켈러의 이 감동적인 글과 함께 '현재는 선물(Today is present)'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어제는 이미 흘러간 과거이고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지만,지금 주어진 오늘은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선물과 같으니 반드시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김진형 < 남영비비안 사장 kjh@vivi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