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로 '호가담합' 논란…채권시장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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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가격 낮춰 부당이득"…증권사 "수급 상황 파악일 뿐"장외채권거래의 핵심 수단인 '사설 메신저'를 통한 호가 정보 교환이 담합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19개 소액채권 매수 전담 증권사들에 21일까지 소액채권 매매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최근 19개 증권사들이 국민주택채권 매매가격을 담합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현재 금융감독원과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소액채권 매수 전담 증권사는 국민들이 부동산 등기나 각종 인허가 시 의무 매입한 채권을 은행에 되팔 때,이를 모두 사들여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매입가격은 직전일 회원사가 제시한 호가를 거래소가 산술 평균해 고시한다.
담합 의혹을 제기한 감사원은 증권사들이 사설 메신저 대화창을 통해 호가 정보를 공유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 증권사가 '얼마(가령 4.50%)'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장기간 매입가격을 낮춰왔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메신저를 통한 정보 공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담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장외거래를 하다보면 많은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데 담합이나 경쟁 제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 가격과 수급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액채권 매수 전담 증권사의 경우 매일 소액을 사 모은 뒤 덩어리로 묶어 팔기까지 금리변동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적정 마진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후'와 '사이보스' 등 사설 메신저는 한 달에 500조원(전체 채권거래의 80%)이 거래되는 국내 장외채권시장 정보 교류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약 2000명으로 추산되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많게는 수십개의 메신저 채팅창을 띄워놓고 호가 정보를 교환한다.
문제는 메신저가 사적인 정보 교류까지 활성화시키면서 담합이나 통정매매 의혹에 노출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사설 메신저의 장점에 투명성을 강화한 '프리본드' 매매시스템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은밀한 대화'가 자유로운 사설 메신저 이용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태호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