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민주당의 잡탕식 FTA 논리
입력
수정
"이런 잡탕식 논리로 자유무역협정(FTA)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갈는지…." 민주당 A의원은 당 지도부가 한 · 미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19일 내놓은 '10개 원칙'을 두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재재협상 명분을 두고 입장이 전혀 다른 손학규 대표 측과 정동영 최고위원 측 주장을 모두 넣다보니 마치 당이 FTA 자체에 반대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고 우려했다. 10개 재재협상 요구원칙에는 그동안 서로 다른 논리로 재재협상을 주장해온 민주당 내 '이익훼손파'와 '독소조항 제거파'의 주장이 모두 열거돼 있다.
'이익훼손파'로 꼽히는 손 대표,정세균 최고위원 등은 "노무현 정부 때의 협상안은 양국 간 이익균형을 맞춰놨는데 지난해 12월 재협상에서 자동차 부문 추가 양보에 더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까지 허용하는 바람에 이익균형이 훼손됐다"며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쇠고기 등 농축산물 관세 철폐 유예,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 구체적인 산업부문의 '이익균형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은 "노무현 정부 협상 때 간과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역진불가 조항 등은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인 만큼 이를 제거하기 위한 재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겉으론 한 목소리로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협상원안에 대해서조차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 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에 앞서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잇따랐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5월 의원 워크숍을 양측이 서로 자기 논리만 펴다가 결론 없이 끝내고 말았다.
재재협상 요구 논리가 이처럼 '잡탕식'이 된 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 그룹에 구애를 펴고 있는 손 대표 측과 진보진영의 대변자 역할을 통해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측면도 강하다. "당내 입장조차 정리가 안 돼 있는데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재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론 "FTA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강변으로 들리는 이유다.
김형호 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
'이익훼손파'로 꼽히는 손 대표,정세균 최고위원 등은 "노무현 정부 때의 협상안은 양국 간 이익균형을 맞춰놨는데 지난해 12월 재협상에서 자동차 부문 추가 양보에 더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까지 허용하는 바람에 이익균형이 훼손됐다"며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쇠고기 등 농축산물 관세 철폐 유예,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 구체적인 산업부문의 '이익균형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은 "노무현 정부 협상 때 간과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역진불가 조항 등은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인 만큼 이를 제거하기 위한 재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겉으론 한 목소리로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협상원안에 대해서조차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 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에 앞서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잇따랐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5월 의원 워크숍을 양측이 서로 자기 논리만 펴다가 결론 없이 끝내고 말았다.
재재협상 요구 논리가 이처럼 '잡탕식'이 된 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 그룹에 구애를 펴고 있는 손 대표 측과 진보진영의 대변자 역할을 통해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측면도 강하다. "당내 입장조차 정리가 안 돼 있는데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재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론 "FTA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강변으로 들리는 이유다.
김형호 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