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성동조선 회생 가능성 높다…수천억 지원"

실사ㆍ경영진단 착수 내달 지원방안 확정
정홍준 회장 교체…전문경영인 영입 추진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에 수천억원 규모 자금을 추가 지원키로 한 것은 조선 경기가 살아나면서 성동조선의 수주액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채권단은 조금만 더 도와주면 성동조선이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성동조선 지원을 위해 최근 실사와 경영진단에 착수했으며 다음달 말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를 보고 자금지원 규모와 방식 등을 다음달 중 결정할 것"이라고 20일 말했다. 금융계에선 채권단이 성동조선 회생을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지원 방안은

성동조선에 돈을 가장 많이 빌려 준 곳은 수출입은행이다.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에 대출 8900억원과 선수금지급보증(RG) 1조1000억원 등의 채무를 지고 있다. 채권단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성동조선의 총 채무액은 4조원가량이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대출 규모 △채무조정 규모 △출자전환 여부 및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3~4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한 후 은행 간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확정하고 이후 지원 방식과 규모를 결정해 나가기로 했다. 채권단이 추가 유동성 지원이라는 큰 틀에 의견 접근을 이룬 만큼 성동조선은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채권단은 기존 주주에게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 테니 기존 주주도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다. 채권단은 감자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 본사를 직접 찾아 이 같은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2대주주인 군인공제회(지분율 36.11%)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군인공제회 측은 "감자한다고 해서 경영개선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6월 성동조선에 선박을 담보로 1000억원을 빌려줬다. 대주주로서 회생의지와 책임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채권단은 또 대표이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성동조선의 대표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정홍준 회장이다. 정 회장은 본인 지분(24.68%)과 관계사 성동산업(20.94%)을 합쳐 46%에 이르는 지분을 갖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은 강점을 갖고 있는 수주부문 대표를 맡고 최고경영자(CEO)로는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조선 어떤 회사인가성동조선은 세계 8위 규모 조선업체(수주잔량 기준 클락슨 조사)다. 국내에선 7위다. 2003년 설립돼 매출 2조원대 중견기업으로 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주량이 크게 줄고 배값이 싸지면서 위기가 왔다. 환손실도 적잖이 봤다.

배값을 나중에 받는 계약이 늘어난 것도 유동성 위기에 한 몫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5차례에 걸쳐 20%씩 배값을 받는 계약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대부분 10%씩 4회에 걸쳐 받고 60%를 나중에 받는 계약이어서 수주해 와도 돈이 돌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 성동조선은 작년 말 부채가 자산을 1조2269억원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9년 말 7730억원이던 자본잠식 규모가 1년 새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작년 8월 채권단과 1년간 차입금 상환을 유예하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체결해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주 실적이 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치인 총 33척(20억달러)을 수주했다.

이상은/박동휘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