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또 무산?…사모펀드 "입찰참여 고민"

"펀드에 넘겨줘선 안된다" 여론 팽배…사모펀드 "실사비용만 날릴라" 우려
총자산 346조원 규모의 우리금융지주회사 인수를 추진 중인 사모펀드들이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을 펀드에 넘겨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자칫 수십억원에 달하는 실사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계에선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한번 장기 표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사모펀드 "정부 무책임하다"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며 지난달 입찰의향서를 낸 곳은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티스톤파트너스 등 3개 펀드다. 이들은 의향서 제출 직후부터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누구와 짝을 이루느냐가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인수 후보들의 컨소시엄 구성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관가에선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펀드의 속성상 단기 투자 목적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국민연금공단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컨소시엄을 우리금융의 인수 주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펀드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절차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며 "실사비용 문제도 있어 투자자 모집과는 별도로 최종 입찰에 들어갈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흥행 참패에 따른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 "펀드와 손 안 잡겠다"

사모펀드들이 '마지막 카드'로 꼽고 있는 곳은 국내 대형 금융회사다. 이 중 '1순위'는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지주회사들이다. '실탄'이 넉넉한 데다 우리금융 인수에 따른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가장 중요한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은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생각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면 편법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어 회장의 판단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역시 "지금은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들은 교보생명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어서 여론 부담이 적은 데다 현금 유동성도 풍부해서다. 하지만 교보생명 관계자는 "과거 중소형 은행 인수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현재로선 이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