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굴욕

[0730]미국 항공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 온 보잉이 프랑스 에어버스에 일격을 당했다.아메리칸항공으로부터 단일 계약으로 사상 최대 물량을 수주하면서 절반 이상을 에어버스에 빼앗겼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아메리칸항공이 신형 항공기 최소 460대를 향후 5년에 걸쳐 에어버스와 보잉으로부터 구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이번 계약은 380억달러 규모로 항공기 구매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 최대다.아메리칸항공측은 향후 수급 계획에 따라 주문 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460대 가운데 260대는 에어버스가,200대는 보잉이 각각 납품한다.AP통신은 1980년대 이후 에어버스가 아메리칸항공으로부터 새 항공기 제작 주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AP통신은 “에어버스가 이번 수주로 탄력을 받게 됐다”며 “반면 보잉은 주문량 전체를 에어버스에 뺏길 뻔 했다가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고 지적했다.애널리스트들은 아메리칸항공의 대량 주문으로 경쟁 항공사들도 연료 효율성이 떨어지는 노후 기종을 최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아메리칸항공의 모회사인 AMR사의 제라드 아르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은 우리 회사는 물론 항공업계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메리칸항공이 주문한 신형 여객기는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최신 엔진을 탑재한 기종들이다.에어버스는 100∼185석 규모의 A320 모델을 공급할 계획이다.보잉은 737기종을 공급한다.두 기종 모두 트윈엔진을 장착하고 객석 사이에 복도가 하나인 유형이다.아메리칸항공은 신형 비행기들을 미국 국내선 전용기로 투입할 계획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