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의 진앙' 그리스를 가다] (1) 출근 후 '티타임'…오후1시면 은행 닫아

● (1) 복지 중독증에 걸린 그리스…글로벌 표준은 남의 얘기

"서구 문명의 시초 자부심…조개껍질 속에 사는 민족"
그리스는 2001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지만 여러 면에서 글로벌 기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 쓰이는 '9 to 5(9시 출근,5시 퇴근)'란 말은 그리스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그리스 알파은행은 다른 현지 은행들처럼 오전 8시15분부터 오후 1시까지만 일한다. 월요일만 오후 3시15분부터 오후 4시45분까지 더 근무한다. 1주일 평균 근무시간이 25시간15분으로,수요일만 빼고 오후에도 일정 시간 근무하는 독일 은행(32시간30분)에 비해 1주일에 6시간45분 덜 일하는 셈이다. 그리스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이 오전 8시30분~오후 2시30분이다. 목요일에만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더 하는데 7~8월엔 오후 근무가 아예 없다. 그리스인들은 "그리스는 낮 기온이 섭씨 영상 40도 안팎이기 때문에 빨리 퇴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낮 기온이 15도 정도로 떨어지는 겨울에도 기존 근무시간을 바꾸지 않는다. 특히 그리스 직장인들은 오전에 출근해 1~2시간 동안 아침식사를 겸한 '티타임(tea time)'을 갖는 걸 당연히 여긴다.

자영업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광지를 제외한 곳에 있는 상점들은 월요일 수요일에는 오전에만 문을 연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주요 관광지의 관광시간도 오후 3시까지로 돼 있지만,정시에 퇴근하기 위해 2시가 조금 넘으면 입장을 불허하는 곳이 적지 않다.

그리스인들은 퇴근 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5시30분에서 6시 정도까지 낮잠을 잔다. 저녁식사는 오후 9~10시에 시작한다. 니코스 벤투리스 그리스경제산업연구소(IOBE) 연구위원은 "그리스인들을 가리켜 흔히 '조개껍데기에 갖혀 사는 민족'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걸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서구 문명의 시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는 달리 여유롭게 사는 것에 대해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생활방식은 강성 노조와 더불어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리스 내에서 서비스업을 제외하고는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이유다. 그리스의 1분기 청년 실업률(18~24세 기준)은 43%를 기록했다.

아테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