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주식 팔 때 채권은 샀다

올들어 8조3000억 매수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신흥국 중앙은행과 정부기관의 한국 채권 매수 강도가 특히 센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 동안 1조2340억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한 주도 빠짐없이 채권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같은 기간 9696억원의 주식을 내던지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써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규모는 21일 현재 82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외국인 채권 보유 규모는 작년 말(74조2000억원)보다 8조3000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은 선진국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데다 고금리 매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크게 오른 주식시장에 비해 원화 강세에 따른 차익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조성원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보다 높은 금리 수준,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비중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채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고 있는 외국인은 신흥국 중앙은행과 정부기관들로 파악됐다. 태국 중앙은행은 이달 들어 2주 동안 90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지난달에만 각각 1조1000억원과 1조1920억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 말레이시아가 보유 중인 국내 채권도 8조688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원가량 증가했다. 중국도 국내 채권을 8조6889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에 대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28.8% 수준으로,그리스(152.3%) 이탈리아(120.3%)는 물론 미국(99.5%) 일본(229.1%) 독일(80.1%) 등과 비교해 건전한 편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