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디지털TV 시대 열린다

[한경속보]일본에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렸다.

일본 정부는 24일 오후 12시부터 아날로그 방송을 완전히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일본 정부가 2001년 전파법을 개정해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지 10년만이다.한국이 내년말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것에 비해 1년 반 가량 빠른 것이다.이번 디지털방송 전환에서 도호쿠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3현(미야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은 제외됐다.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자 일본에서는 디지털TV와 디지털TV 변환기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대형전자상가 ‘빅카메라’에서는 변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40배 정도 늘고 ‘야마다전기상가’ 매출도 11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디지털TV 수요가 늘어도 일본 전자업체들의 실적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과도한 가격 경쟁 탓이다.지난해 6월 32인치 LCD TV 평균가격은 6만엔(8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3만~4만엔(40~53만원)으로 떨어졌다.당초 전자업체들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 TV 교체 수요가 1억대 이상 늘어나 시장 규모가 40조엔(5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하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V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TV나 변환기를 아직 사지 못한 이른바 ‘디지털 난민’ 문제도 심각하다.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디지털 난민은 10만세대에 달한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부 전자상가에서는 디지털 TV 등이 품절되는 등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디지털 난민 수가 빠른 시일 내에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령자들이 이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학교 등에서 기존 아날로그TV를 디지털TV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 문제로 고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