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행복한 조직'…지속가능한 성장엔진

일하기 좋은 기업 요소는 재미·신뢰·자부심
다양성 관리·활발한 소통으로 열정 이끌어야
<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2005년부터 매달 임직원들에게 'CEO 레터'를 보낸다. 회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경영자의 시선으로 본 사원들의 모습,최근 자신이 겪은 일 등 소소한 얘기들을 가볍게 적어 보내며 직원들의 안부를 묻는다. 부회장의 편지를 받은 직원들은 피식 웃기도 하고 가끔은 자신의 의견을 답장으로 보내기도 한다. 직원들이 건의한 크고 작은 의견들은 경영에 반영한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도 높아진다. 잘나가는 회사에는 이유가 있다. 창조와 혁신이 강조되는 요즘 상의하달식 경영 기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리더들은 수평적인 관점에서 직원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등 '행복한 일터'를 제공하는 식으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경제지인 포천(Fortune)은 1998년부터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The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in America)'을 선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사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고 고객만족도와 업무 성과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GWP(Great Work Place) 개념을 창안한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경기의 부침에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그 비결을 조사한 결과 조직 내에 신뢰가 두터워 자부심,재미가 있는 기업들이 꾸준한 성과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개념은 창의력 부재에 빠져 있는 기업들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외국법인을 중심으로 전파되던 GWP 문화는 2007년부터 공기업에 까지 확산됐다. 최근에는 중견 · 중소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GWP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모양내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다양한 인재가 모이면 구성원 간의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만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창의와 혁신의 바탕이 된다.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맞춤형 복지를 통해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여줘야 한다.

명동에 위치한 LG CNS 사옥 2층에는 'LG CNS 어린이집'이 있다. 육아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기 곤란하거나 아이가 신경 쓰여 일에 집중할 수 없었던 주부 사원들을 배려한 것이다.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이 회사 여성 사원들의 업무효율은 다를 회사와 비교가 안될 만큼 높아졌다. 또 하나는 소통이다. 과거 업무회의가 상사 중심의 '상명하달'식 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직원이 수평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이슈나 개인적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교감하고,아이디어를 찾아야 업무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공감과 배려,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은 직원의 행복도와 열정,근무 만족도를 높여준다.

KT대전마케팅단이 좋은 사례다. 이 회사 전 직원은 매주 화요일 강당으로 모여 발표대회를 연다. '나도 언어운사'라는 프로그램이다.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발표자는 스크린에 간단한 자료를 띄어놓고 자신이 선정한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이성에 관한 얘기도 나오고 여행에 대한 경험담도 들려준다. 내 얘기를 통해 전 임직원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사원들 간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동시에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행복한 일터가 단지 즐거움에 그쳐서는 안된다. GWP의 본질은 임직원 스스로가 일하는 즐거움을 찾아가며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성과 창출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세심하고 적극적인 관리로 사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칼퇴근'을 권유하고 있는 것도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계발 시간을 갖게 해 회사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섬기는 리더십보다 강한 힘을 가진 리더십은 없다. 당장의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은 장기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리더십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지속성장 가능한 경영의 밑바탕이 된다. 성장하는 기업 문화는 리더 한사람의 카리스마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힘에서 나온다. 사원들이 행복한 직장이 뿌리 깊은 나무처럼 불황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