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앙드레김 주얼리' 127억원 투자받고 '폐업' 위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 디자이너 故 앙드레김의 주얼리 브랜드 프랜차이즈 사업이 자칫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주얼리 프랜차이즈 사업에 투자한 60여명의 투자들은 127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사후 주식회사로 전환)로부터 앙드레김 브랜드를 사들여 주얼리 프랜차이즈를 주도한 강 모 씨(30·여)에 대해 검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27일 검찰 경찰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앙드레김 주얼리 대표인 강 모씨는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가맹점 출점과 투자금을 명목으로 일반 샐러리맨은 물론 주부 금융인 교수 등 60여명으로부터 127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근 주얼리 국내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접을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에 투자자들은 강 대표에게 127억원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한편 경찰 검찰에 ‘사기’ 등을 이유로 고소 고발했다. 경찰은 이를 두고 강 씨와 투자와 관련한 창업컨설팅업체를 상대로 '유사수신행위' 여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사수신행위란 고수익을 제시한 채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명목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위. 금융회사들만이 할 수 있으며 가맹점이나 체인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행위가 있었다면 불법이다.이 사건은 당초 2009년 4월 강 씨가 앙드레김으로 부터 라이선스 도입하고 그 해 말 본격적인 가맹점 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강 씨는 ‘앙드레김’이라는 브랜드와 연예인과 각종 드라마 협찬 등 '유명세'를 이용해 투자금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창업을 주선하던 모창업컨설팅 회사도 이 사업이 커지는 데 한 몫을 했다.

당시 생전이었던 앙드레김은 라이선스 도입을 허락했고 주얼리 사업의 론칭에 맞춰 서울의 모 호텔에서 대형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가맹점 계약은 순조로웠다. 서울 송파점을 1호점으로 서울과 경기도, 지방까지 지점을 열기 시작했다. 2010년 5월께 국내 지점수는 10곳을 헤아렸고 중국에도 진출하게 됐다. 여기에 20대의 젊은 CEO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강 씨는 언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강 씨와 창업컨설팅사는 앙드레김 주얼리 지점을 내면서 지점장들로부터 직접방식과 위탁방식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직접방식은 점주가 투자와 운영을 모두 하는 방식으로, 본사는 점주에게 물건을 주고 여기에 이익을 붙여 팔아 매출을 올리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가맹점 방식이다.문제가 된 부분은 위탁방식이다. 이는 점주가 투자금만을 넣어놓고 매장의 운영과 관리는 본사가 하는 방식이었다. 투자금의 3%에 해당하는 이자를 매달 돌려주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고 창업투자컨설팅 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은 대부분의 점주들이 이 방식을 택했다.

매장당 투자된 비용은 5억~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강 씨와 투자컨설팅업체는 ‘매달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장담하겠다’, ‘원금을 몇 년 안에 회수 받을 수 있다’, '지역마다 매장을 많이 내지 않으니 서둘러야 한다' 등의 말로 투자를 권했다.

강 씨와 창업투자컨설팅업체는 위탁운용시 총 매출의 3%에 순익의 10%를 가져간다고 계산했다. 매장당 최소의 매출액을 1억원으로 가정 할 시에 점주는 점포비(보증금+권리비)를 제외한 매출의 3% 이익금(270만원)에 순이익의 10%(900만원)을 더한 117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계산이라면 투자금 5억원은 3년 반만에 돌려받을 수 있고, 이는 최소의 매출이기 때문에 회수기간은 더 빨리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샐러리맨 출신 투자자 A씨는 "가맹점주들 대부분은 이러한 말을 믿고 적게는 2억~3억원에서 많게는 20억 원까지 투자를 했다"면서 "하지만 강 씨는 매달 약속받은 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뤘다"고 말했다.
이어 "눈물로 호소하는 것은 물론 ‘홍보비와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었다’, ‘ 다음 달에는 틀림없이 주겠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며 "가맹점은 확대됐지만 강 씨가 약속했던 투자이익금과 물건을 받지 못하면서 점주들의 피해는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강 씨는 사업을 중국으로도 넓혔다. 중국에도 지점을 냈지만 점주에게는 미리 투자를 권유하고 나중에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만 했을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강 씨는 점주들에게 투자와 지점 오픈을 하게 했다. 이후 점주에게는 물건이나 이익금을 미뤘고, 이미 가게를 오픈한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점의 유지관리비와 세금 등을 오히려 감당해야 했다. 사업포기의 의사를 전해도 초기 투자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국내에서 13호점까지 사업을 확장하던 강 씨는 점주들에게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자 부도위기에 몰렸다. 동시에 60명에 달하는 채권단들은 강 씨를 지난해 9월 고소하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중 일부 채권단은 올해 3월께 집단소송에 들어갔고, 창업을 주선한 모 창업컨설팅 회사도 검찰에 고발됐다. 채권단들은 교수, 병원장 등 지식인에서부터 금융인, 사업가, 직장인, 주부 등까지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나도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장 모씨와 창업컨설팅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며 "가맹점을 한창 늘리던 시기였던 지난 8월 선생님(앙드레김)이 돌아가시고 금 값도 올라가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시기적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로부터 120억원 가량을 받긴 했지만 생산비와 마케팅비 등으로 160억원을 사용했다는 것. 오히려 40억원의 적자를 강 씨의 돈으로 메꾸는 등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사기나 횡령도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가맹점을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장 씨와 창업컨설팅업체를 소개받아 점포를 늘리게 됐다"며 "사업 확장의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의 가맹점 모집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앙드레김 주얼리는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가맹점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 일부 채권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앙드레김 본사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앙드레김 디자인 아뜰리에 관계자는 “강 씨로 인해 주얼리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하고 “하지만 사업을 인수할 당사자가 ‘앙드레김’ 이름이 들어간 만큼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의지가 강해 다시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투자자 B씨는 “한국인인 이상 ‘앙드레김’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가 오명을 얻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강 씨의 행각은 괘씸하지만 어떻게든 브랜드를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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