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도자기, 회화를 넘보다

도자회화 개척한 이승희 씨
"도자기 공예 특유의 장식성이 부각되지 않도록 감각적 테크닉을 최소화했어요. 도자기와 회화의 차이도 그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내달 14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이승희 씨(53)는 정통적인 도자기법으로 평면회화 장르를 개척한 중견작가다. 도자기의 장인정신과 회화의 미학이 공존하는 하모니를 시도한 그는 "그림이 붓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감각을 여과시킨다면 도자기는 흙이란 오브제를 통해 사색의 언어들을 역동적인 생명감으로 되살려낸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우연히 중국 도자기 도시인 장시성(江西省) 징더전(景德鎭)을 찾았다가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돼 아예 그곳에 작업실을 차리고 도자 회화 장르에 도전했다. 장르와 장르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컨버전스 시대'에 맞춰 특유의 실험정신과 자유정신을 보여준다는 생각에서다.

귀얄로 거칠고 재빠르게 무늬를 베풀고 부연 흙물에 초벌구이 평판을 덤벙 담아서 거친 바탕흙을 감추며 만든 작품들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처럼 담백하다.

그는 "도자 회화 작업은 도자기라고도,그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모호함이 있어 좋다"며 "장르의 경계에 서 있는 긴장감도 충분히 즐긴다"고 말했다. 이씨는 도자기의 등판에 흐르는 굴곡을 따라 색감을 담백하게 덧칠해 고고한 미감을 살려냈다. 아기자기한 느낌과 여백의 미를 살려 푸근하고 토속적이기까지 하다. 도자 작업에서 물과 불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면 작품이 망가진다"고 했다.

"요리할 때 각각의 재료에 대한 특성을 알면 자연스럽게 변주가 가능하지요. 똑같은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02)728-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