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ㆍ대구銀 "우리금융 인수 참여 검토"

5000억씩 투자 가능…경남銀이 '타깃'
지방은행 중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사모펀드와 함께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펀드들이 사활을 걸고 '은행' 유치에 나서고 있는 데다 지방은행으로서도 투자에 따른 실익이 기대돼서다. 다만 두 은행이 동시에 한 사모펀드에 투자할지,아니면 서로 다른 펀드에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산 · 대구은행 "경남은행 관심"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실무진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펀드가 우리금융을 가져가는 데 따른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당국에서 실제 승인을 내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어 생각해 볼 게 많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도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춘수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경남은행이 매물로 나올지 불투명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BS금융과 DGB금융 대신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고민하는 것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주력 자회사인 은행이 모기업 대신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금융지주회사가 타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는 지분을 95% 이상 매입해야 한다"는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지방은행들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입장이다. 적지 않은 현금을 갖고 있는 데다 '은행 참여'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최대 5000억원 투자할 듯

부산 · 대구은행은 향후 사모펀드가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지방은행을 쪼개 매각할 때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은행이 투자할 금액은 최대 5000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인수자금이 4조~5조원 선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은행이 펀드 자금의 10~20%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계에선 은행 외에도 금융지주회사의 다른 자회사들이 조금씩 지분을 나눠 펀드에 태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사모펀드들이 부산 · 대구은행의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펀드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추후 경남은행을 경쟁사에 넘기겠다는 식으로 출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때문에 지방은행들의 고민이 더 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우리금융 매각입찰 참여 관련 토론회'에서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모펀드들에 향후 배당 계획과 예상 보유기간,국내 금융산업 발전방안 등의 사항을 제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재길/이상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