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주유소' 논란] "셀프주유로 가격 낮출 것"…대형마트 주유소도 확대 허용

● '국영 주유소' 구상은

"유류세 인하가 대안"…시장 전문가들 한목소리
정부가 기름값 인하의 한 방안으로 26일 내놓은 '대안주유소' 아이디어는 가격 왜곡에 따른 시장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反)시장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및 세금정책 등 정공법 대신 민간 기업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업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안주유소의 핵심은 한마디로 해외에서 석유 제품을 싸게 사와서 소비자에게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등 덩치가 큰 에너지 공기업을 활용,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에서 석유 제품을 싸게 들여와 대안주유소에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장기적으로 대안주유소 수를 현재 국내 4개 정유사들이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1만3000여개 주유소의 10%에 해당하는 13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관제 주유소'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안주유소를 공공주차장과 같은 국 · 공유지나 공영개발 택지 등에 세워 초기투자비를 낮출 계획이다. 대안주유소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대안주유소의 기름값이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70원 정도 싸져 대형마트 주유소의 가격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상황에 따라 대안주유소의 기름값이 더 싸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형마트 주유소 수준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석유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수송 등 유통과 같은 인프라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 왜곡에 따른 시장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자료만 보더라도 국내 기름값이 OECD 평균 가격보다 비싸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장 정상가격보다 훨씬 싼 기름을 국내에 공급한다면 기존 시장 참여 기업에 피해를 주게 돼 정부가 주장하는 기업들의 공정 경쟁 기조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근본 대책인 금리 인상은 놔두고 기업 팔목비틀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지난 14일 유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기름값 환원을 앞두고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정유사들에 "아름다운 마음을 한 번 더 보여달라"며 정유사들이 이 발언에 "부담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기름값 인하를 위해 대안주유소 대신 근본 대책인 유류세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류세는 석유 제품 판매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는 ℓ당 529원,경유는 ℓ당 375원),교육세(교통세의 15%),지방주행세(교통세의 26%)를 합친 세금이다. 종량세로 휘발유의 경우 ℓ당 745원이 정액으로 붙는다.

석유 제품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없이는 기름값을 잡기 어렵다고 시장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유류세 인하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물가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