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앙銀 굴복시킨 '헤지펀드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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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한 조지 소로스는…외환위기 때 DJ가 초청하기도26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80)을 수식하는 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세기 최고의 사기꾼''천재 투자자''박애주의 실천가'등등의 별명에서 보듯이 그를 평가하는 시각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것.
1930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대인인 소로스는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가 월가에 입성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의 매니저로 각광받았다. 1969년 퀀텀펀드를 설립한 뒤 4년 후에는 소로스펀드를 세우고 255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며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헤지펀드계의 전설로 통한다. 그는 1992년 유럽 각국의 통화가 불안해진 틈을 타 영국 파운드화를 집중 투매,1주일 만에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일명 '파운드 전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소로스는 전 세계에 명성을 떨쳤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투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헤지펀드 거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로스는 달러 강세에 베팅해 아시아 통화 하락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아시아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에는 3억3200만달러를 자신이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에 기부해 '기부왕'에 오르기도 했다. 소로스는 오픈소사이어티를 통해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와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 등 각종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저조한 투자실적에 시달리고 있었다. 퀀텀펀드는 지난해 2.5%의 낮은 수익률을 내고,올해 상반기에는 6%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