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줌 업] 유전자 조절 가능한 복제 개 탄생

이병천 서울대 교수팀 개발…유전자 껐다 켜며 질병 연구

필요할 때만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는 형질전환 개를 국내 연구진이 체세포 복제 기술을 통해 생산했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은 항생제 '독시사이클린'을 먹으면 녹색형광단백질(GFP)이 발현하는 형질전환 복제 개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테곤(Tegon · 사진)'이라고 붙여진 이 개의 이름은 독시사이클린과 같이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약을 먹으면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의미의 'Tet-on' 에서 따 왔다.

연구진은 비글 종 개에서 체세포를 채취한 후 해파리 등에 존재하는 녹색형광단백질 발현 유전자와 함께 외래에서 주입한 유전자의 온오프 스위치(on-off switch)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주입했다. 또 이 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넣고 난자를 대리모 개에 착상시켜 테곤을 얻었다.

테곤은 평상 시 일반 비글 개와 똑같지만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하자 2주 후 녹색형광 유전자가 발현해 자외선을 비추면 형광색을 띠었고, 약물 투여를 중단하자 9주 후에는 형광색이 사라졌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질병 관련 유전자와 관련된 온오프 스위치 유전자를 테곤에 집어넣은 형광단백질과 같은 방식으로 넣어 질환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제네시스(Genesis)'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이 교수는 "외래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복제 개를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개는 260가지 질병이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하는 만큼 다양한 질환모델 개를 생산할 경우 향후 바이오 의학연구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