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흥분하면 지는 게임

지난 15일 일본 교도통신은 짧은 기사 한 줄을 송고했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등 자민당 의원 몇 명이 울릉도를 방문한다는 것.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는 간단한 설명이 따라붙었다. 다른 일본 매체들은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익 매체인 산케이신문 정도가 조그맣게 사실 전달만 했을 뿐이다.

정작 '뉴스'는 그 다음날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독도에 가서 경비라도 서겠다"고 '독도 수호자'를 자처했고,김황식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한 · 일 언론들이 바빠졌다. 한국 언론이 한국 정치인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면 일본 언론이 이 내용을 받아 큼지막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반복됐다. 논점이 엉뚱한 곳으로 틀어지기도 했다. 이 장관은 "1964년 한 · 일 협정이 독도 영유권 분쟁의 씨앗"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했고,일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소재로 삼기도 했다. 문제가 확대되자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일본 의원들을 공항에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껏 고조됐던 한 · 일 간 우호 분위기는 '자민당 4인조 의원'의 돌발행동 하나로 훅 날아가는 분위기다.

이제 누군가 '타임'을 부를 때가 됐다. '흥분'을 싣고 '폭주'한다고 득될 게 없다. 본질적으로 한국이 독도 영유권을 유지하는 데 일본 의원의 울릉도 방문은 조금의 장애도 되지 않는다. 독도는 이미 우리 땅이다.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괜히 덩달아 흥분하다간 독도에 '영유권 분쟁지역'이라는 낙인만 찍힌다. 일본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울릉도 방문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국이 덤덤하게 무시하는 전략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플래카드 몇 번 흔들다 그냥 돌아가지 않았을까. 어차피 일본 자민당 내에서도 '별종'으로 불리던 의원들이다. 일본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치는 결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 일 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 정작 손해는 양국 기업과 국민이 보게 된다.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정치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독도 논란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정말
미친거 아닌가 하는…"

독도가 일본땅?
더이상 못우길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