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울식약청의 '과천 속앓이'
입력
수정
"행정동 건물에서 유해물질 실험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 시설을 만들려면 결국 또 세금을 써야 하는데….어찌할지 막막합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27일 정부가 과천청사에 입주할 기관으로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서울청)을 포함한 데 대해 "혈세 낭비 기관이란 낙인이 찍히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서울청은 지난 22일 80억원을 들인 별관을 준공했다. 지난해 본청이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 민원 처리를 위해 본관 옆에 따로 건립했다. 하지만 정부가 26일 기획재정부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비게 되는 과천청사로 서울청 등을 이전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별관 건립비 8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돼 있는 서울청 건물은 업무 성격상 일반 행정부처가 입주해 있는 건물과 다르게 설계돼 있다. 현재 본관 3~4층 전체를 유해물질분석과가 연구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식품이나 의약품에 들어 있을지 모르는 유해물질을 찾아내는 곳이다. 정밀 화학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특수 실험장비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공기 내 세균을 걸러낼 수 있는 공조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보통 사무실보다 1m 이상 높게 천장을 냈고,남은 화학물질을 처리할 별도 폐수시설도 갖췄다"며 "단순히 기자재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시설이 들어설 별도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의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수십억원을 추가로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부처 간 소통도 문제다. 식약청 관계자는 "총리실 발표를 보고서야 이전계획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차관회의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이 참석해 이전 방침을 통보받았지만,식약청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사전에 이전 방침을 설명하면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일부러 모르는 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청 나름의 입장은 있겠지만 정부 차원의 결정인 만큼 이전 방침을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원 웨이' 행정이 서울청을 '세금먹는 하마'로 만들게 됐다.
정소람 중기과학부 기자 soramyang@hankyung.com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27일 정부가 과천청사에 입주할 기관으로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서울청)을 포함한 데 대해 "혈세 낭비 기관이란 낙인이 찍히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서울청은 지난 22일 80억원을 들인 별관을 준공했다. 지난해 본청이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수도권 민원 처리를 위해 본관 옆에 따로 건립했다. 하지만 정부가 26일 기획재정부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비게 되는 과천청사로 서울청 등을 이전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별관 건립비 8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돼 있는 서울청 건물은 업무 성격상 일반 행정부처가 입주해 있는 건물과 다르게 설계돼 있다. 현재 본관 3~4층 전체를 유해물질분석과가 연구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식품이나 의약품에 들어 있을지 모르는 유해물질을 찾아내는 곳이다. 정밀 화학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특수 실험장비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공기 내 세균을 걸러낼 수 있는 공조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보통 사무실보다 1m 이상 높게 천장을 냈고,남은 화학물질을 처리할 별도 폐수시설도 갖췄다"며 "단순히 기자재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시설이 들어설 별도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의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수십억원을 추가로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부처 간 소통도 문제다. 식약청 관계자는 "총리실 발표를 보고서야 이전계획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차관회의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이 참석해 이전 방침을 통보받았지만,식약청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사전에 이전 방침을 설명하면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일부러 모르는 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청 나름의 입장은 있겠지만 정부 차원의 결정인 만큼 이전 방침을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원 웨이' 행정이 서울청을 '세금먹는 하마'로 만들게 됐다.
정소람 중기과학부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