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2분기 실적 선방…구본준의 '독한 경영'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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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작년보다 25% 증가
휴대폰 사업 적자폭 줄어…"4분기 턴어라운드 기대"
'효자' 가전·에어컨은 부진
LG전자가 27일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25%가량 늘었다. 이익 규모가 3000억원 정도 될 것이란 지난 4월 전망치에는 턱없이 못미치지만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내놓은 이익 추정치(1100억~1300억원)는 웃도는 성적이다. 시장에선 '부진하지만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TV와 휴대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과 사업부문별 경쟁 심화로 큰 폭의 턴어라운드(실적개선)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구본준 '독한 LG' 효과 봤나
LG전자는 연결기준으로 2분기 매출 14조3851억원,영업이익 1582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1분기(매출 13조1599억원,영업이익 1308억원)와 비교해 매출은 9%,영업이익은 21%가량 늘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IT업종의 2분기 실적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분기에 선진국 경기침체,환율하락,원재료 값 상승 등 경영환경이 안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편"이라며 "지난해 말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이 '독한 LG 만들기'를 강조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은 TV를 만드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주도했다. HE 사업본부는 역대 최대인 680만대의 평판 TV를 판매하면서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9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휴대폰 등을 만드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5분기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2분기 영업적자는 539억원으로 지난 1분기(1005억원 적자),작년 2분기(1192억원 적자)에 비해 상당 폭 개선됐다.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전분기에 비해 1% 증가한 2480만대였으며,스마트폰 판매량은 1분기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망스러운 가전 · 에어컨
TV가 선방한 것과 달리 LG전자의 전통적인 '효자품목'인 가전과 에이컨은 부진했다. 생활가전을 만드는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2조884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50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2.6%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8%로 1년 전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철강재 등 원자재 값이 상승하고 환율 하락으로 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에어컨 · 에너지(AE)사업본부도 2분기 매출은 1조87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작년 2분기(594억원)보다 26% 줄었다. 역시 원자재 값 상승과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3분기 턴어라운드 가능할까
LG전자는 3분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 4분기께는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 부사장)는 "3분기에는 2분기에 비해 매출은 부진하겠지만,TV와 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분기 연속 적자를 낸 휴대폰 사업에 대해서는 "3분기에는 일반폰 판매물량이 줄고 계절적으로 비수기여서 휴대폰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며 "3분기 손익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4분기에 손익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3분기 이후 LG전자의 턴어라운드 여부는 결국 휴대폰 부문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1 · 2분기 연속 매출과 이익을 늘리면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TV부문을 휴대폰이 얼마나 떠받쳐 주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9월 이후 내놓을 차세대 스마트폰이 애플,삼성전자,HT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실적회복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LG이노텍은 2분기에 매출 1조1730억원,영업이익 5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 비해 매출은 6.7%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TV 반도체 등 전방산업이 부진했지만 3D TV와 태블릿PC용 LED 분야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