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삐끗ㆍ건설 부진…4.5% 성장 '흔들'

● 2분기 GDP 3.4% 성장…21개월 만에 최저

교역 조건 악화…실질소득 2분기째 감소
물가 4%대 고공행진…스태그플레이션 오나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실질 GDP 증가율) '3.4%'는 두 가지 점에서 '쇼크'로 평가된다. 우선 4%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3%대 성장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작년 1분기 8.5%,2분기 7.5% 성장 이후 4%대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4%대 성장 공식이 깨졌다. 게다가 이마저도 한은이 지난 4월 내놓은 전망치(3.8%)에 못 미쳤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물가상승률이 4% 이상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은 둔화,건설은 1년째 부진

2분기 'GDP 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이다.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2%에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일본 대지진 후폭풍,여전히 불안한 미국 경제 등 악조건을 감안하면 최악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성적에는 못 미친다. 수출은 지난해 1분기 16.7% 이후 대체로 10%대 중반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해왔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발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수출 덕분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우선 유럽 재정위기다. 그리스가 부도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 덩치가 큰 유럽 국가들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럽 위기가 악화되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원 · 달러 환율도 악재다. 중소기업들은 이미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아우성이다.

건설 부문의 부진도 '만성 악재'다. 2분기 건설 투자는 8.6% 줄었다. 건설 경기는 내수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1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그나마 민간소비가 3.1% 증가했지만 성장률 둔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질 소득 감소 지속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구매력을 뜻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DI)도 감소 추세다.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던 GDI는 2분기에도 0.1% 줄어들었다.

GDI란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환율이나 수출 · 입 단가가 바뀌면서 생긴 무역 손익을 더해 산출한 금액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는 한국으로선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GDI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 국장은 "유가는 상승하는 데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정보기술(IT) 품목의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국민들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마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