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110㎜ 폭우에 서울 기능 마비…水防체계 다시 짜야

하수관 최대 75㎜ 불과…기후변화에 무방비
서울 등 중부지방에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서울 강남 광화문 등 도심 최첨단 빌딩의 지하층과 주요 전철역은 물탱크로 변했다. 도로는 넘치는 빗물로 하천이 됐다. 침수와 단전으로 방송 · 통신이 끊기고 지하철이 멈춰섰다.

27일 오전 서울에 쏟아진 시간당 최대 113㎜의 폭우는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하지만 서울지역 하수관이 처리할 수 있는 강수량은 시간당 75㎜에 불과,넘쳐난 빗물이 고스란히 주요 건물과 도로를 점령해 버렸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배수처리 설비를 보강하지 않은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400㎜ 이상 쏟아진 비에 하수 처리 기능이 실종,작년 추석 폭우에 이어 또다시 광화문 등 주요 지역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삼성 서초타운,사당역 사거리 등도 물바다로 변했다.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 빌딩 배수펌프는 무용지물이었다. 전문가들은 "기상 이변에 대응해 배수처리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등 도시 인프라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보강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하수관 교체에만 7000억~8000억원이 들어가고 배수펌프장 용량 증대 등에도 적지 않은 돈이 소요되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만일의 지진 사태에 대비해 내진 설계 · 공사를 의무화하고 있듯 집중 호우에 대응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시 인프라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시간당 최대 99㎜의 폭우가 내리는 등 호우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심우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시설물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 전체를 통합적 · 다중적 재해방어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