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익 줄자 대거 '살 빼주기' 몰려

다이어트 비즈니스에 뛰어든 의료계의 명암

20대 직장 여성 S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지난 6월 한의원을 찾았다. 진맥과 체질 분석 후 식욕을 억제하는 침과 한약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의 가격은 2주에 18만 원. S 씨가 두 달 동안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에 지불한 금액은 72만 원이다. 직장 초년생인 S 씨로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이처럼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병원들이 다이어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건강 보조 식품시장의 성장으로 한약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의원, 출산율 저하 및 의료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분반을 포기한 산부인과는 물론이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심지어 정형외과도 다이어트 고객 잡기에 나섰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원래부터 ‘뷰티’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다루고 있고 정형외과는 고도 비만 환자의 위 절제술 또는 위 밴드 수술을 하고 있다.

◆다이어트 전문 병원 프랜차이즈도 생겨병원들이 다이어트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미용 성형, 피부 관리와 함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깐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리를 받을 필요도 없는 데다 소득원이 노출되지도 않는다. 더욱이 한의원에서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인데, 이는 한약 판매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이어트만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 프랜차이즈까지 생겼다. 2003년 개원한 365mc는 비만 클리닉, 지방 흡입 수술, 위 밴드 수술 등 기존에 한의원·성형외과·외과에 분산돼 있던 다이어트 시술만을 모은 다이어트 전문 병원이다.

지방흡입전문수술센터와 36.5위밴드수술센터, 지방흡입재수술 전문센터 등 비만 치료와 비만 수술을 위한 스페셜 센터들을 갖췄다. 현재 일본 2개 지점을 포함해 28개 지점으로 확대됐다. 의사들의 유명세를 이용해 다이어트 식품 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CJ오쇼핑은 ‘김소형 본 다이어트’가 2002년 5월 출시 이후 8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란츠’ 측은 “국내 다이어트 식품의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 원 이상으로 매년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경제 불황 속에서도 건강과 외모 관리에 효과적인 저칼로리 체중 조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병원들이 앞 다퉈 다이어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부작용도 끊이지 않게 들려온다.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 일명 PPC 주사)’이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온라인에서 ‘비만 치료에 PPC 성분 주사제 시술을 한다’고 광고한 의료기관 단속에 나섰다. 식약청이 PPC 시술과 관련해 의료기관에 자제 권고를 내린 적은 있지만 단속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처음이었다. PPC는 콩 레시틴에서 추출한 지방질 분해 효소로 최근 수년간 미국·유럽·남미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방 분해 약물이다. 과거에는 간세포막 결합 및 재생에 사용되던 약물이었으나 최근 지방 분해 효과에 대한 논문과 임상 자료들이 발표되면서 그 영역이 지방 분해까지 확대됐다. 미국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맞고 살을 뺐다는 입소문 때문에 일명 ‘브리트니 주사’로도 불리는데,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식약청, PPC 주사 ‘광고’만 단속하는 이유

식약청이 단속에 나선 이유는 PPC 주사가 ‘비만 치료’에 쓸 수 있도록 허가받은 약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PPC 주사는 1959년 독일에서 간경변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위해 간성혼수(肝性昏睡) 보조제로 처음 허가받은 뒤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만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비만 치료에 효능을 인정해 사용을 허락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 곳도 없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주사제에 인체 조직을 녹이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한 번만 맞아도 살이 빠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시술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면서 앰풀당 5만~10만 원이던 가격도 3만 원으로 내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용되는 부위에 따라 앰풀 개수의 차이는 있지만 부위당 30만 원 정도로 지방 흡입 수술의 100만 원에 비해 저렴하고 마취가 필요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PPC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의사는 “PPC는 지방세포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 조직을 녹이는 약이다. 지방세포 주변에 있는 혈관이나 근육조직도 녹아 출혈이 일어나거나 딱딱하게 응어리가 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해 4월 PPC에 대해 영구 흉터, 피부 변형, 수술 부위 응어리 등의 부작용 보고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PPC 주사를 불법으로 시술한 50대 화장품 판매원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자신의 집에서 조카(41)의 복부에 PPC 주사를 놓은 혐의다. 주사를 맞은 조카는 뱃살이 빠지는 대신 항생제 과다 투여로 얼굴이 붓고 배에 지방이 쌓이는 등 부작용을 앓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가 범위를 넘은 시술이더라도 의료법에선 의사의 처방 재량권으로 특정 약제를 허가 범위 이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식약청의 단속은 ‘시술 행위’ 자체가 아니라 ‘시술을 한다고 광고하는 행위’를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PPC 주사로 살 빼는 데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이어트 치료와 관련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다이어트 약물 남용이다. 비만 처방전에 들어있는 식욕억제제는 약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체질량 지수가 높은 고도 비만 환자에 한해서만 3개월 이내 단기간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기간 복용하다 끊게 되면 우울증을 초래하고 단시간 과다 복용하면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에서는 전문의와의 제대로 된 상담도 없이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처방하는 사례가 종종 뉴스를 타고 있다. 약국 역시 각성 효과만을 강조할 뿐 복약 지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식욕억제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공식적인 처방·조제 기록은 해당 약을 처방한 병원이나 약국에만 남아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지난 6월에는 마황 성분을 넣은 ‘비방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한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A 씨는 2006년 10월부터 한약사 15명을 고용해 강남 지역에 6곳의 한약국을 열고 자신이 만든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했는데, A 씨가 만든 약은 3단계로 마황 성분이 단계별로 양이 늘어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단계별로 마황의 양을 늘리는 것은 한약 기준서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루 최대 허용량인 4g의 4.5배에 달하는 18g까지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 중에는 구토·소화불량·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도 많았고 심한 경우 병원에서 독성간염으로 진단받아 40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A 씨가 2006년부터 5년간 판매한 금액은 65억 원 상당으로 구매자는 2만5000~3만 명으로 알려졌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17호 제공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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