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내면 실버타운 평생 무료"…노인 상대 사기 극성

억대 갈취한 종교시설 등 적발
'실버타운에 입주시켜주겠다'는 달콤한 속임수로 노인들의 노후 자금을 갈취했다가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모를 모시지 않는 핵가족화 풍토,노후 준비는 알아서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악용한 사기범들도 극성이다.

국내 소수종파인 모 종교 계통의 D법인 임원이던 정모씨와 오모씨는 "헌금을 많이 하면 초호화 양로원인 G에 무상으로 입소시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신도인 이모씨에게 접근했다. 지난해 4월까지 이들이 뜯어낸 액수는 모두 1억800만여원.하지만 뇌경색,고혈압,당뇨병 등을 앓고 있던 이씨가 "더 이상 혼자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여의치 않으니 G에 입소하겠다"고 하자 정씨 등은 금세 태도를 바꿨다. 내부 규정이 변경돼 임원들만 입소할 수 있게 됐다고 한 것.

이씨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경제 생활을 영위할 능력이 없는 이씨가 생계비로 보이는 거액의 돈을 다른 목적 없이 순수한 종교적 동기 때문에 헌금으로 납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씨 등에게 헌금 만큼 모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불교 사찰 S사의 최모씨는 양산시의 절 소유 건물 5층에 '실버선방'이라는 노인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는 것처럼 말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최씨는 "입주금 1000만원만 주면 3개월 내에 입주하도록 해주고,평생 무료로 숙식이 제공되며 한의원 이용도 무료다. 입주금이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도와주겠다"며 2008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30명에게 2억3600만원을 편취했다. 하지만 채무만 수십억원에 달했던 최씨는 이들을 노인복지시설에 입주시켜 숙식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었다. 고소를 당한 최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화장품과 한약재 등을 판매하던 B기업의 대전지사장은 주 고객인 노인들에게 "계좌를 만들어 99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다음,많은 회원을 모집하면 계좌당 2330만원씩 주고 실버타운에도 무료로 입주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피해자에게 피소당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