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우면산…머리 크고 다리 얇은 불안한 형상"

● '우면산 산사태' 정상 軍부대 한경 단독 취재

이수곤 교수 동행…"군부대 원인으로 보긴 힘들어"
사고원인 복합적…도시개발 방향 바뀌어야

"서울시가 도시를 개발하면서 우면산은 그대로 두고 밑은 무작위로 개발해 머리가 크고 다리는 얇은 불안정한 형상 입니다. 아파트는 최첨단인데 공원을 보면 1960년대 수준이지요. "

지난달 29일 우면산 산사태의 '시발점'으로 산정상 군부대를 지목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58)는 1일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기자와 함께 우면산 정상 공군부대를 1시간가량 둘러본 뒤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참사를 도시개발 원칙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부대가 우면산 일대 산사태의 '원인 제공자'라기 보다는 '공군 부대 부근에서 산사태가 시작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섣부른 결론을 경계했다.

우면산터널을 지나 부대 입구에서 차를 타고 5분여를 달려 해발 293m의 우면산 정상 공군 000기지 부대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30분.정문에서 간단한 신분확인을 마치고 5분가량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걸어가자 방배 래미안아트힐 산사태의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예술의 전당 방향(북동쪽)의 부대 경계 바로 아래 부분 30m 정도가 심하게 패여있었다. 이전에는 나무와 흙으로 울창했다는 게 동행한 공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추가적인 산사태를 막기 위해 비닐로 이 부분을 덮어놓았다. 찬찬히 의심 현장을 살펴본 이 교수는 "부대 경계 둑 아래가 함몰된 것으로 봐선 산사태의 시작점이 맞는데 그 원인이 군부대라고 개인이 말하긴 힘들다"며 "산 아래 토사가 밀려 내려가면서 정상의 토사들이 쓸려 내려왔을 가능성도 있고,그 반대일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산사태가 일어나는 만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외국의 제3의 기관이 종합적으로 원인 분석에 나서고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대 내 빗물이 고여 둑이 터진 게 직접적인 원인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동행한 군부대 관계자는 부대 경계에 있는 둑을 가리키며 "부대에서 슬라이딩(산사태)이 시작됐다면 저 둑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며 "풀이 그대로 살아있는 건 둑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산사태를 막을 대안으로 산 중간 중간에 사방댐 건설을 제안했다. "무너지지 않은 우면산 다른 쪽의 원인도 알아내야 한다"며 "이번 사태처럼 배수로가 산 아래에 잘 갖춰져 있어도 흙이 밀려 내려오면 기능을 못하는 만큼 토사를 산 중간에 막을 수 있는 사방댐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대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그는 "1970년대 홍콩에서 대형 산사태로 수십명이 사망하자 외국에서 산사태 전문가들을 불러 면밀한 조사를 하고 5만4000여개의 번호를 매겨 일일히 작업해나갔다"며 "그 결과 산악지역이 한국보다 많은 홍콩엔 산사태로 인명을 잃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특정한 한 명이 산사태의 원인을 꼭 집어 명확히 얘기할 순 없다. 유엔이나 유네스코에서 나온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을 거듭 경계했다.

합동조사단 중간 조사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서울시가 작년 태풍 '곤파스' 때 일어난 산사태 이후 제대로 된 대책을 냈으면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책임을 군에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