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서 4차 절망버스?…그럴 줄 알았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크레인 농성자를 지지하는 소위 3차 희망버스 행사가 다행히 큰 불상사없이 끝났다. 부산 시민은 물론 고령자 회원들로 구성된 어버이연합 등 우익단체들이 적극 저지하고 나섰던 것이 큰 힘을 발휘했다. 민노총과 좌익 시민단체들은 반대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4차 행사를 열려는 모양이다. 더욱이 행사장소로 영도가 아닌 서울이 거론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진중 사태는 조선소 살리기와는 하등 관계없는 정치 투쟁으로 변질돼간다.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제3자인 야당들까지 합세해 시작했던 일이니 당초 정해진 투쟁전략대로 끌고가겠다는 것이다.

어떤 산업과 기업이든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다. 1970년대의 청계천 봉제업은 전태일 등 노동전사들이 투쟁에 성공했더라도 필연코 사양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리 투쟁이 결코 멈출 수 없는 엄중한 경제법칙이 작동하는 것이다. 조선은 특히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74년의 역사를 가진 한진중공업이 최근 3년 동안 한 건도 수주를 못해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같은 어려움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현대 · 삼성 · 대우 등 빅3조차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해 내년을 크게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영도조선소는 부지면적이 7만5000평에 불과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어 중소 컨테이너선밖에는 수주할 수 없다. 여기에 생산성이 낮아 중국의 저가 공세를 감당키 어렵다. 회사 측이 필리핀 수비크만에 조선소를 마련해 대형 선박은 국내에서 자재를 가져다 이곳에서 조립하고,영도는 소형 고부가가치 선박을 짓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려 하는 것은 이 같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경제환경 변화를 경영활동 아닌 그 무슨 수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소위 희망버스가 이런 실상을 외면한 채 정치투쟁만을 목표로 치닫는 것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거리투쟁이 절대로 경영을 대체할 수 없다. 일자리가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