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감동적인 사랑의 선율 '페르귄트'

●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의 주인공은 몰락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매력남이자 몽상가다. 그래서인지 연인 솔베이그 대신 남의 신부 잉그리드와 함께 산으로 도망친다. 여자와 금방 헤어지고 마왕의 궁전에서 온갖 모험을 겪은 다음에는 집으로 돌아온다. 모친 오제와 솔베이그의 사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죽자 이번에는 외국으로 떠난다. 큰 돈을 벌어 북아프리카 사막에서는 황제 시늉도 해보고 추장의 딸 아니트라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방랑 끝에 깨달은 것은 평생을 기다린 솔베이그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연극에 26곡으로 구성된 부수음악을 붙인 것은 역시 노르웨이의 에드바르 그리그다. 사랑이야말로 탕아를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잘 구현했다. 평화의 나라 노르웨이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범인은 부모의 사랑도,연인의 사랑도 얻지 못한 채 애정 결핍 속에 살아왔다는 게 밝혀졌다. 그가 자기 나라의 상징적 명곡인 '페르귄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아침의 기분' '솔베이그의 노래' 같은 곡들은 얼마나 감동적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가.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