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서울ㆍ강원大만 흑자…16곳은 결산 공개 거부

9곳 재정분석…총수입 年190억에 지출 320억
등록금 2000만원 받고도 인건비 등 '구조적 문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지난해 교수 월급과 관리비 등으로 57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등록금과 기부금 등 로스쿨 자체 수입은 20억원에 그쳐 37억원을 대학 전체 교비에서 갖다 썼다.

국내 로스쿨 중 상당수가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해 소속 대학 재정에서 끌어다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총 정원의 10%도 되지 않는 로스쿨 학생들을 위해 전체 학부생의 등록금을 전입하는 상황이다. 로스쿨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입의 세 배 쓰는 로스쿨도…

2일 전국 9개 로스쿨이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게 제출한 재정 현황에 따르면 이 학교들은 2010학년도에 등록금과 기부금(발전기금 등)으로 총 190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이에 비해 인건비와 장학금 등 비용으로 모두 320억원을 지출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130억원가량 많은 적자 상태인 것이다. 이들 로스쿨은 2009학년도에도 138억원을 벌어 267억원을 지출,적자 규모가 129억원에 달했다. 충남대 로스쿨은 수입이 12억원이었지만 지출은 32억원에 달했다. 전남대 로스쿨도 수입 20억원에 지출은 44억원으로 24억원 적자를 냈다. 반면 기부금을 적극 유치한 강원대와 서울대 등 두 곳의 로스쿨은 흑자였다.

◆16곳은 자료 미제출…"별도 결산 안해"

국내 로스쿨은 사립대 14곳,국 · 공립대 11곳 등 25곳이 운영 중이다. 권영진 의원실에서 모든 로스쿨에 재정 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16개 로스쿨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사립대 중에선 동아대와 아주대를 뺀 12개 로스쿨이 자료를 내지 않았다. 고려대는 "로스쿨만의 개별적인 재정 통계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희대도 "해당 학년도의 재정 결산은 학교 전체적으로 할 뿐 대학원별로 따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년에 20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받는 대학원에서 등록금을 어떻게 쓰는지 독립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원 자율화 · 정부 지원 시급"

로스쿨 재학생들을 위해 다른 학생들의 등록금을 끌어다 쓰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준길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국내 법률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너무 많은 대학에 로스쿨 인가를 내준 게 문제"라고 말했다. 로스쿨들은 정원 자율화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 운영에 관한 법률에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도 정부 보조는 지금까지 한 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학생 1인당 교수나 시설 등 요건은 까다로운 반면 재정 지원은 없고 학교별 정원도 묶어놓아 교비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74개 로스쿨에 매년 200억엔(2700억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강현우/구동회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