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日 전자업계, 눈물겨운 생존 게임

소니, 대대적 구조조정…닌텐도, 신제품 40% 할인…산요는 결국 中에 팔려
'전자왕국' 일본의 빛이 바래고 있다. 소니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이 연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대표적 브랜드였던 산요는 중국에 팔렸다. 게임업체 닌텐도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분기에 적자를 냈다.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는 공언했던 신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해 전자업계의 '양치기 소년'으로 몰리고 있다. 소니는 다음달 중 대대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자칫하면 산요 꼴이 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소니,'성역 없는 개혁' 시동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소니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부진의 주원인인 LCD(액정표시장치) TV의 올해 판매 목표치를 2700만대에서 22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가토 유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중 총체적인 사업 개혁안을 마련해 즉시 실행에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혁에 성역은 없다"며 "부품조달 생산 판매는 물론 다른 회사와의 제휴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소니는 주력 파트인 TV 사업부문에서 4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고전 중이다. 생산 지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시판할 예정이었던 신형 노트북의 발매일은 이달 중순으로 2주 정도 미뤄졌다. 파나소닉 역시 TV 사업에서 11분기 동안 흑자를 내지 못했고 도시바는 반도체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 급감했다. 엘피다는 '25나노급' 첨단 제품을 지난달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현금 부족으로 감산에 돌입할 것이라는 루머만 무성하다.

◆도태 기업 속출

일본 주요 가전 메이커였던 산요는 2009년 파나소닉으로 넘어간 뒤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부문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말 중국 하이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와 LCD 패널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산요는 한국과 대만 등 경쟁 국가에 치여 결국 문패를 내리게 됐다. 닌텐도의 추락도 극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창조적 경영의 모델 케이스로 언급됐지만 이젠 사정이 180도 바뀌었다. 주력 제품인 '3DS'의 부진으로 올 2분기에는 377억엔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닌텐도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분기별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4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엔 신제품 가격을 출시 6개월 만에 40% 정도 인하하는 고육책까지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전자기업들이 반도체 평면TV 등 주요 수익원을 하나씩 잃어가고 있다"며 "전자업계에선 까딱 잘못하면 산요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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