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美 경기우려에 급락…코스피 2120선 '털썩'

국내 증시가 미국 경기 우려로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변했다. 코스피지수가 2120선으로 내려앉았고, 코스닥지수는 530선으로 후퇴했다.

미국 부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의 펀더멘털(내재가치)에 초점이 맞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증권업계에선 미국 부채 협상 타결 이후 미 연방정부의 지출축소 우려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고, 부진한 미국 7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미 국내총생산(GDP) 등으로 경기에 대한 걱정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04포인트(2.35%) 급락한 2121.27로 장을 마쳤다.

1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2150선으로 물러나 장을 출발했다. 미국 하원에서 미 부채 한도 증액안이 통과돼 상원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 부담이 가중되며 장중 한때 지수는 2114.75까지 물러났고, 20일 이동평균선(2150) 아래에서 장을 마감했다.외국인이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서 36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선물시장에서도 장중 매도 우위로 방향을 바꿔 7099계약 매물을 내놓으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기관은 장중 매도 우위로 전환, 76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676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프로그램 매물도 증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익거래는 1873억원, 비차익거래는 2745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4618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업종별로 비금속광물, 섬유의복, 유통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주도업종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물을 내놓은 운수장비가 4%대 급락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주가 3∼7% 떨어졌다.

이와 함께 운수창고, 기계, 건설, 증권, 금융 등이 2∼3% 내렸다. 롯데쇼핑을 제외한 시가총액 1∼20위 종목들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시총 상위 종목들도 약세를 나타냈다.반면 LG생활건강, 락앤락 등 내수주들이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5% 가까이 뛰어 최고가를 경신한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롯데쇼핑, 신세계, 하이마트 등 유통주가 강세를 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미국 7월 ISM 제조업지수 부진과 함께 미국 부채협상 타결 이후 넘어야 할 산들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며 "신용평가사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남아있다는 점이 이날 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2분기 GDP 증가율이 미흡했고, 7월 미 ISM 제조업지수까지 부진해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의구심이 생긴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그동안 지수 하단을 지지해왔지만 미국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지수 낙폭이 이날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락 종목 수는 하한가 1개를 비롯해 687개에 달했다. 상승 종목 수는 상한가 9개 등 170개에 불과했고, 48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6.33포인트(1.16%) 떨어진 538.06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약보합권에서 장을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한때 상승세로 돌아서 545.06을 터치, 전날 장중 기록한 연고점(544.41)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되며 지수는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은 입장을 바꿔 293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214억원, 69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와 섬유의류, 금속, 운송장비·부품 등은 2% 이상 급락했다. 반면 의료·정밀기기 업종은 2.64% 급등세를 연출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승종목 수는 상한가 14개 등 267개로 집계됐다. 하한가 2개 등 684개 종목은 내렸고 63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반등에 나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0원(0.03%) 오른 1050.8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